ADVERTISEMENT

"삼성전자 주가? 노키아에 물어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삼성전자를 사려면 먼저 노키아를 눈여겨봐라-."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이 미국 인텔 등 반도체 업체보다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핀란드의 노키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올 들어 인텔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인 TSMC의 주가는 하락세인 반면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상승세"라며 "삼성전자 매출액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주가도 반도체보다 휴대전화 업체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경기회복 조짐 속에 정보기술(IT) 관련 매출이 늘면서 인텔의 주가는 지난해 10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반도체 비수기를 맞아 인텔이 가격을 내리자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으로 인텔의 주가는 올 들어 15%가량 하락했다. TSMC도 지난 10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34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7.6% 내렸다.

그러나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들어 주가는 24% 올랐다.

또 삼성전자의 주가도 올 들어 20% 올랐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가 예전처럼 반도체 업종이 아닌 노키아 같은 휴대전화 업체의 주가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매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8%에서 지난해엔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41%로 높아졌지만 2001년엔 2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휴대전화의 비중은 2000년 15%에서 지난해엔 2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주가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우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반도체의 마진율이 30%가 넘는 반면 휴대전화는 20% 정도"라며 "삼성전자의 실적은 아직까지 휴대전화보다 반도체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임홍빈 팀장은 "삼성전자가 인텔이나 노키아와 달리 두 부문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상승률이 인텔에, 올해는 노키아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딜레마가 주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