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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인간이 달 다녀온 뒤 “어딘지 세상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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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에드윈 올드린 공군 대령이 달 표면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주복 안면에 이 사진을 촬영한 닐 암스트롱 선장의 모습이 비친다. [휴스턴 UPI=연합뉴스]

문 더스트
앤드루 스미스 지음,
이명헌·노태복 옮김,
사이언스북스,
559쪽,1만8000원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바다...이글호 착륙 완료.”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이 보낸 목소리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저명한 과학소설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이날 “오늘은 구시대의 마지막 날이다”고 선언했다.

인류 역사상 지구외의 다른 천체를 밟은 사람은 단 12명이었다. 1969~72년 발사된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 6대(11,12호, 14~17호)의 달 착륙선에 승선했던 각각 두 명씩의 우주인들이다. 이 책은 현재 생존해있는 달 탐험 우주인 9명의 증언과 주변 이야기를 모아 아폴로 계획을 다시 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10세의 영국인 소년이었다. 그는 이날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고 ‘어딘지 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들’을 받았다.

이제 프리랜서 작가로 성장한 소년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달 탐사 계획에는 1960년대 당시 화폐가치로 240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미 항공우주국의 예산이 미 연방정부 예산의 5%를 삼켜버린 해도 있었다.

돌이켜보건대 인류가 아폴로 계획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지구 중력을 벗어나 달을 밟는다는 것은 우주인들의 인생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저자는 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9명의 우주인을 차례로 만났다. 이들을 달에 내려주고 달궤도의 사령선에서 기다려야했던 사령선 조종사들도 만났다. 지상에서 우주인들을 지원했던 지상관제소의 요원들, 나아가 달 착륙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도 인터뷰했다. 그에 따른 저자의 평가는 이렇다. “결국 내게 떠오른 생각은 아폴로 계획 자체가 쇼, 유사 이래 가장 감동적인 쇼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폴로 계획은 애초부터 실질적 이익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학자와 기술자, 그들의 메마른 합리성이 빚어낸 이 합작품은 위대한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그 핵심에 논리를 초월하여 우리는 끌어당기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달여행의 의미는 이렇게 정리된다. “인간이 달에 가는 것에 대해 논의할 때 지구를 밖에서 보기위해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을 지 모른다.”

우주 비행사는 모두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류는 하나라는 신비한 느낌을 맛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엘런 셰퍼드는 유일하게 달 표면에서 자신이 울었다는 것을 인정했으며, 에드윈 올드린은 달에 착륙하고나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이 책은 우주인의 증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세세한 에피소드들과 우주 여행과 관련한 시대 전체의 풍속도를 함께 담고 있다.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최초로 달을 밟는 우주인이 되기 위한 조직내 암투에서 결국 닐 암스트롱이 이겼고, 이에 분개한 에드윈 올드린은 달 표면에서 자신을 촬영해 달라는 닐의 요청을 “바쁘다”며 거부해 버렸다는 부분등이 그렇다. 다만 자신의 취재 과정을 포함해 일상적인 부분을 너무 자세하게 서술함으로써 이야기 전개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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