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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본 광주비엔날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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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광주비엔날레」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오는 9월20일부터 11월20일까지 광주 중외공원 일대에서 두달동안 펼쳐지는 「광주비엔날레」는 태평양권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미술축제.본전시인 국제현대미술전을 중심으로 「증인으로서 의 예술」등특별전 6개,「한국근대회화명품전」등 기념전 3개,「한국화의 동질성 회복전」등 후원전 3개,그리고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꾸며져현대 세계미술의 큰흐름을 짚어내는 동시에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점검해 본다.「광주비엔날레」의 준비상황,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국제현대미술전과 6개의 특별전 내용,그리고 예산문제등을 취재,2개면에 걸쳐 집중소개한다.
[편집자註] 광주비엔날레의 가장 큰 이벤트는 역시 본전시로 열리게 될 「국제현대미술전」.비엔날레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1차적 기준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체 행사의얼굴격인 전시다.
국가관 형식을 빌린 베니스비엔날레와는 달리 지역별 커미셔너제를 도입,아시아.서유럽.동유럽.북미.남미.아프리카및 중동.한국및 오세아니아등 7개 권역별로 각 지역의 전문가가 작가선정을 책임졌다.
미국 워커아트센터 캐시 할브라이시,프랑스 퐁피두센터 큐레이터장 루아지등 세계미술계의 저명인사들도 다수 참여,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가는 50개국 92명으로 두차례에 걸친 커미셔너들의 회의를 통해 지난 5월말 결정된 51개국 96명에서 규모가 약간 줄어들었다.작품수는 한 작가에 한두점씩,모두 1백20여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남은 일은 작품 인수와 진열.이미 여러점이 도착한 상태며 각 지역 커미셔너들이 다음달 10일께 입국,진열작업에도 참여한다. 주제는 「경계를 넘어」.여러 사건으로 얼룩졌던 20세기말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인종.민족.이념.국가.종교.정치등의 갈등을 극복하고 예술과 인간,혹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정립하자는 취지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그동안 세계미술의 주요 흐름에서 「소외 지역」으로 방치돼 왔던 중동.아프리카.남미.동남아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그동안 이들은 베니스비엔날레나 상파울루비엔날레등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행사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었다.따라서 광주비엔날레는 지금까지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서구와 이른바 「제3세계」작가들의 경연장이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우리족 출신으로 현대문명에 때묻지 않은 원시적 주술세계를 선보일 존 플레,동성애적 시각으로 다른 남성의 육체를 들여다보는 작품을 출품하는 콜롬비아의 오스카르 무뇨즈,며느리의 출산을 도와주는 한국 시어머니의 형상 을 아프리카에서 찾아보는 남아공(南阿共)의 페니 시오프스,전쟁과 평화의 상징을 이용해 감동적인 입체적 장면을 연출할 팔레스타인의 칼릴라바등이 관심을 끈다.
광주비엔날레는 또 21세기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축제로 기록될 것같다.국제적 명성을 떨치는 대가(大家)급은 가급적 빼고 실험적.모험적인 작업을 하는 신예작가들을 중점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작가의 87%가 30~40대로 현대 세계미술의 대세를 반영,작품들도 비디오.입체.설치쪽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설치작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진열이 마무리돼야 윤곽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최근 설치쪽이 다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광 주비엔날레는 설치미술의 절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젊은 작가들의 자리인 「아페르토전」이 취소돼 「광주」를 바라보는세계미술계의 시선은 각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가 다소 막연하고 또 주제의 명확한 개념에 대한 커미셔너들 사이의 활발한 토론도 부족해 의도했던 만큼 전시의 내용이 충분히 살아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朴正虎기자 정보예술전은 대화형 컴퓨터,쌍방향 비디오,가상현실,멀티미디어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예술속에 끌어들여 미래에 전개될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미리 선보이는 전시다.기술의 발전 특히 컴퓨터 발달과 정보통신의 발전은 예술과 사회,예술과 삶 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이런 현상을 이번 비엔날레가 표방하는 「경계를 넘어서」란 주제속에 끌어들여 예술과 첨단과학의 접목가능성을 검증해보자는 것이 이 전시에 담긴 기획의도다.
따라서 이 전시에는 전세계에서 테크노아트라고 이름지어진 것들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작업들이 총망라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초대작가가 95명에 달해 이 분야 전시로서는 사상 최대규모다.3부로 구성된 이 전시의 제1부는 손으로 화면을 만지면 꽃망울이 터지는 등 쌍방향.대화형 기술을 이용한 작가 23명이참가한다.제2부에는 비디오기술을 메시지 전달 위 주로 활용해온작가 18명이 초대됐다.
제3부는 비디오기술의 모든 요소를 예술적 매체로 활용하는 종합전(綜合展)적 성격을 띤다.여기에는 금년 6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조각상을 수상한 미국작가 빌 바이올라 등 55명이 초대됐다.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씨가 前 IBM관장 신시아굿맨과 함께 이 전시의 공동디렉터를 맡고 실행큐레이터는 국내 미술평론가 김홍희씨가 맡았다.
〈圭〉 개최지 광주의 역사.지리적 상징에 초점을 맞춰 기획한특별전이다.
광주는 근대화 이후 한국사회가 겪어온 긴 민주화투쟁 기간중 가장 치열한 시민저항운동을 전개했던 곳.그만큼 희생과 피해도 컸던 곳이기도 하다.
이 특별전은 역사의 현장에 미술의 언어로서 적극 개입하고 참여했던 진보적 작품들을 한데모아 광주가 겪은 역사를 다시 한번부각시킨 전시다.
블라디미르 타틀린.디에고 리베라.파블로 피카소.마크 샤갈.마르셀 뒤샹등 20세기 거장들부터 한스 하케등 최근에 주목받는 현대작가까지 37명의 작품 1백여점이 소개된다.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는 살아있는 젊은 작가 작품으로서는 보스니아 작가 드미트리에비치가 그린 회화작업 『사라예보 시민들』과세사람의 보스니아출신 작가로 구성된 보스니아 트리오가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포스터작업 『사라예보로부터의 메시 지』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인 임영방(林英芳)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직접 큐레이터를 맡았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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