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콘크리트가 온다” … 긴장하는 포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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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뼈대의 재료로 철강재와 콘크리트가 주로 쓰인다. 철강재는 강도가 높은 대신 다루기 힘들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 이에 반해 콘크리트는 가벼우면서 틀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모양을 낼 수 있는 반면, 강도가 철강재에 비해 떨어진다. 두 가지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철근 콘크리트다.

1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이구택(사진) 포스코 회장은 “철강재의 경쟁자로서 콘크리트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일류 철강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건설현장의 콘크리트를 눈여겨보는 이유가 뭘까.

최근 이 회장은 토목 전문가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콘크리트의 발전상에 대해 듣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우선 콘크리트의 강도가 엄청나게 세졌다. 철강재의 강도는 1㎠의 면적에 6000㎏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5년 전만 해도 콘크리트는 같은 면적에서 300~800㎏을 견뎌 철강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던 콘크리트의 강도가 최근 1200㎏까지 늘어났고, 실험실에서는 2000㎏ 이상의 강도를 지닌 콘크리트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양평동의 선유교는 2002년 프랑스 라파즈사의 초강력 콘크리트인 ‘덕탈’을 이용해 철강재 없이 지어졌다. 덕탈은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절반의 양으로 6배 이상의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한양대 김수삼(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나노기술(NT)의 발달로 탄생한 새로운 소재가 콘크리트에 접목되면서 1㎠에 3000∼4000㎏을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의 출현도 가능해졌다”면서 “철강재 무게의 3분의 1이면서 강도는 절반 수준인 콘크리트가 나오면 철강재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NT는 1㎜를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나눠 다룰 수 있는 기술로, 반도체와 신소재 개발에 주로 쓰인다.

독일 드레스덴 대학이 ‘나노 콘크리트’의 합성어인 ‘나노크리트(Nanocrete)’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미국 정부는 일찌감치 ‘2050 콘크리트 비전’을 만들어 차세대 콘크리트를 적극 육성하는 중이다. 이 비전에 따르면 2050년 이전에 배와 비행기·자동차 강판도 콘크리트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전문가들은 “차세대 콘크리트는 깨지지 않는 도자기 재질을 연상하면 될 것”이라며 “오래된 콘크리트는 골재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라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콘크리트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동석했던 류경렬 포항산업과학원장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봤다. 이 회장은 “콘크리트의 발달 과정을 충분히 연구해 콘크리트가 따라잡지 못할 철강 소재를 개발하는 데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선두업체가 되고 보니 어느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이끌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은 차세대 콘크리트가 넘어야 할 목표물이 된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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