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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야기>편두통 치료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아대는 약광고가 있었다.얼마나 통증이 심하면 단단한 나무 둥치를 파내는 딱따구리에 비유했겠는가마는 실제 환자들이 호소하는 편두통 증세는 이와 사뭇 다르다.
편두통은 3막으로 이루어진 연극에 비유된다.1막은 두통발작 수시간에서 이틀전쯤 나타난다.안절부절 못하거나 하품을 하며,잠을 많이 자기도 하고 빛이나 소리에 민감해진다.반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쉽게 피로하고 입맛이 없는등 무력감을 호 소하기도 한다. 2막은 발작기.경미한 통증이 시작된 뒤 30분에서 2시간이내에 편측으로 두통이 오는데 심장박동과 같이 머리를 두드리는느낌,또는 꽉 조이거나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가져온다.이같은 두통은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사흘까지 지속된다 .마지막 3막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해소기.대체로 서서히 동통이 소실되며 잠을 잔후 좋아지기도 한다.
원인도 스트레스,정서장애,호르몬의 변화,각종 질환등 내인성과약물.음식.흡연.음주.외상.기후.운동등 외인성으로 나뉠 정도로진단에 어려움을 준다.대체로 이같은 선행 요인이 뇌혈관을 수축.확장시킴으로써 두통을 야기한다는 것.
편두통 치료제로 팔리고 있는 약은 대부분 혈관수축 약리작용이있다.대표적인 것이 에르고타민인데 이 약의 탄생이 기구하다.어원이 되는 에르고트(Ergot)는 맥각(麥角),즉 호밀이나 보리등에 기생하는 곰팡이 덩어리를 말한다.
기록에 의하면 중세때 맥각에 감염된 곡물을 먹은 사람은 팔다리 끝이 썩어들어가고 임신부는 유산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신의 불」 또는 「악마의 발톱」이라고 불렀다.특히 우기(雨期)가 긴 해에는 감염자가 많아 금세기 들어서까지도 많은 사람이 이 맥각중독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 맥각중독이 혈관을 수축함으로써 질병을 야기한다는데착안,1925년 스위스 화학자 로빈은 에르고타민이라는 약 성분을 분리해냈다.
문제는 부작용을 이용해 만든 약은 뚜렷한 약효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의존증이나 중독증을 유발,자칫 중세의 질병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가져올 수도 있다.대중화된 편두통약은 해열진통 성분과 진정작용및 교감신경 흥분제를 섞어 만든 복합제다.교감신경의흥분이 혈관을 수축시킨다지만 과용하면 혈압을 높여 고혈압 환자에겐 화를 몰고 오기도 한다.
〈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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