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상징 역사속으로-舊조선총독부 첨탐 해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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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와아!』『움직인다!』『대한민국 만세!』 광복 50주년을 맞은 15일 오전9시20분 서울 광화문 옛 조선총독부 건물앞 광장은 5만여 시민들의 환호성과 박수,벅찬 눈물로 떠나갈듯 했다. 일제(日帝)식민통치시대 오욕의 상징인 옛 조선총독부 건물 중앙동 상부첨탑이 3백30급 대형 하이드로 크레인에 의해 69년만에 한민족의 정수리에서 제거되는 순간이었다.수천개의 카메라가 이 순간을 잡았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마련된 광복절 중앙경축식 행사의핵심인 첨탑해체현장.행사명은「어둠걷우기」였다.
축포와 함께 산천개발 작업팀이 높이 4.5,11.4 무게의 상부첨탑을 광장으로 끌어내리자 분수형 불꽃이 옥상에서 터져나와역사적 순간을 기렸다.
첨탑이 허공에 매달려있는 10여분동안 국악인 김성녀씨와 성악가 신동호씨,무용단이「다시 찾은 빛」을 환상적으로 연출했고 광장에선 폭죽이 터져 역사청산의 기쁨을 함께했다.행사장을 찾은 이재화(李載和.64.서울서대문구연희동)씨는『50년 이상 가슴에맺혔던 한이 일시에 걷혀지는 시원한 느낌』이라며 눈물겨워했다.
철거를 지켜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김상철(金相哲.76.부산시 해운대구)할아버지는『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육의 현장이 돼야한다』며『아직도 남은 일제잔재들을 청산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고 가슴 뿌듯해했다.
또 TV를 통해 지켜본 심찬섭(沈燦燮.30.대학원생)씨는『옛총독부 건물 철거가 통일을 이루는 진정한 광복의 밑거름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4높이의 하부첨탑도 이날 오후7시 철거됐고 땅바닥에 내려진 첨탑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시는 8월말까지 이 광장에 철거된 첨탑을 두었다가 9월께독립기념관으로 옮겨 후세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녹색문화추진위원회(회장 黃晸熙)소속 회원들은 행사에 앞서「역사적 교훈을 담고 있는 중앙박물관 철거반대」를 외치며 유인물을 돌리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李晩薰.康弘俊.金秀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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