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反기술 테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술문명에 대한 인간의 항거는 산업혁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1779년 영국 중부 레스터셔의 한 청년 지식인 네드 러드(Ned Ludd)는 마을에 새로 들어선 양말공장으로 달려가 양말 짜는 직기(織機)틀을 때려부쉈다.기계화와 산 업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데 대한 항거였다.그는 노동자 가운데 동조자를 규합했다.그의 이념을 좇아 공장의 기계들을 파괴하는 무리를 러다이트(Luddite),그 이데올로기를 러디즘(Luddism)으로 부른다.
산업화가 인간을 기계의 노예로 만들고 인간사회에 재앙을 안긴다는 경고는 오랜 지적(知的) 전통을 지닌다.1818년 메어리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부터 칼라일.디킨스.소로.베블런.막스 베버,그리고 마르크스와 오웰로 이어진다.
컴퓨터문명이 불러오는 「제3의 波」와 사이버 세계의 공포가 인간을 짓누른다는 비명도 벌써부터 들린다.이에 항거를 선언한 현대판 러다이트가 미국 유수의 대학 연구실을 폭탄 테러의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이른바 「유나바머」(Una bomber)공포다.기술개발의 일선에 있는 엘리트 교수들에 대한 용의주도한폭탄 테러로 78년 이후 3명이 죽고 23명이 부상했다.그러나20년이 다되도록 그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유나바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그에게 붙인 이름이다.대학 연구실과 항공사를 테러 대상으로 삼는 폭파범이라 해서대학과 항공사의 첫 영어 글자들을 갖다 붙였다.「FC」(프리덤클럽)로 자처하는 이 테러범의 정체는 과학의 역 사에 정통한 60년대風의 극단주의적 과학도이리라는 유추(類推)가 고작이다.
지난 6월 이 테러범은 뉴욕타임스紙와 워싱턴 포스트紙에 「산업사회와 그 장래」라는 제목의 3만5천단어짜리 「선언」을 우송하고 석달 안으로 그 전문을 실어주면 테러 행위를 삼갈 뜻을 비췄다.두 신문은 얼마전 그 발췌분을 게재,골자가 공개됐다.
현대보다 원시를 동경하고,현대사회의 경제적.기술적 기초를 뒤엎을 것을 주장하며 자신의 테러가「反산업화 이념」을 확산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그 방법이 공명(共鳴)을 얻을 리는 없지만 기술에 대한 증오와 공포에 의외로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미국 성인의 25%가 현대기술산업사회의 기본 가치에 회의를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지각없는 불장 난보다 도처에널려 있는 가스가 더 문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