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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17.일본 다카라스카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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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난 1월 효고(兵庫)縣 남부대지진 당시 고베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다카라스카(寶塚)시의 다카라스카대극장에는 새벽부터 『극장은 무사한가』『공연에는 차질이 없는가』라는 열성팬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고베.오사카(大阪)일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다카라스카 대극장은무사했지만 첨단무대장치들에 피해가 있었다.기술진이 긴급동원돼 다행히 공연중단은 면했다.이처럼 신속한 복구는 지진으로 상심한고베시민들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다카라스카는 한신(阪神)지방 사람에게는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다카라스카는 시의 이름이면서 극단의 이름이다.가부키(歌舞伎)가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반면 다카라스카는 1914년 창단된 이래 81년째 금남(禁男)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여성들만의 극단이다.다카라스카대극장은 이 극단의 전용극장이다.
다카라스카극장이 생긴 것은 순전히 철도 때문이었다.다카라스카는 일본의 철도.백화점재벌인 한큐도호(阪急東寶)그룹의 창업자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57년 작고)가 만들었다.
그는 1910년 오사카에서 다카라스카까지 전철을 개통시켰다.
그러나 농촌지역이어서 승객이 별로 없자 승객을 늘릴 요량으로 다카라스카역전에 극장을 지었다.그리고 다카라스카 소녀가극단을 조직,공연을 시작했다.처음에는 16명으로 시작,첫 무대로 『돈프랑코』를 올렸는데 대성공이었다.4년만에 도쿄(東京)로 진출,현재 도쿄 중심가 유라쿠초(有樂町)에 전용극장을 갖출 만큼 급성장했다.1919년에는 극장 옆에 2년제 다카라스카음악학교를 설립,체계적으로 교육받은 무희들을 배 출하고 있다.
다카라스카의 인기는 폭발적이다.지난해의 경우 한햇동안 무려 3백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흥미있는 것은 관객의 90%이상이 10~20대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여성들에게 꿈과 낭만을 파는 곳이 다카라스카입니다.극장에 들어온 여성들은 다카라스카 스타들이 왕자도 되고 공주도 돼 사랑하는 장면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지요.』극단 제작과장고바(木場健之)는 다카라스카는 「행복산업」이라고 말 했다.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을 뮤지컬로 제작,공연중이던 지난달 13일 젊은 여성들로 4천석이 꽉 찼다.남성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마치 「여성천국」에 온 기분이었다.입장권이 7천5백엔(약 6만7천원)으로 적지 않음에도 비싸다는 기색이 전혀없었다.더구나 70%는 예약판매라고 한다.
무대는 초호화 패션쇼를 방불케 할 만큼 의상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뤘다.예술적 수준은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았지만 여성들은 의상과 무대에 완전히 도취돼 있었다.
극장 건물에는 배우들의 캐릭터를 이용한 패션.액세서리.술.수영복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어 관객들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쇼핑을 즐긴다.그래서 그런지 중간휴식시간이 30분이나 됐다.상술에능한 일본인다운 발상이다.
극장이 철도를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넓은 주차장은 없다.
열차에서 내려 극장측에서 조성한 하나노미치(꽃길)를 따라 5분정도 걸으면 극장에 닿는다.최근에는 극장 옆에 자연농원과 같은테마파크를 건설,가족단위의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카라스카가극단은 현재 하나쿠미(花組).츠키쿠미(月組).유키쿠미(雪組).호시쿠미(星組)로 이뤄졌다.각 쿠미는 PD 1명.
배우 1백명.스태프 1백60명으로 구성됐다.레퍼토리는 세계명작.창작등 가리지 않는다.지난해에는 『춘향전』을 무 대화하기도 했다.프랑스대혁명을 소재로 한 대표적 레퍼토리 『베르사유의 장미』는 관객 3백만 동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해외공연에도 열을 올려 1938년 유럽공연이래 지금까지 아시아.미국.중남미.러시아 등 전세계를 순회했다.해마다 쿠미당 2개 작품씩 모두 8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극단 해외 순회공연도 『한국 공연계획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다카라스카음악학교 사토오(佐騰潤太)부교장은 『이미 2년간해외공연 일정이 잡힌 상태』라고 밝혔다.다카라스카의 입단은 스타탄생으로 통한다.다카라스카 출신 배우들은 연예계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는 다.15~18세의 여성이면 국적을 막론하고 다카라스카음악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데 5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지난해에는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재일교포 김성상미(金城尙美)양이 합격,교포사회를 흥분시켰다.
재일교포 사진작가 배연홍(裵淵弘)씨는 『다카라스카는 일본적인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일본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독특한 예술형태』라며 『다카라스카시는 다카라스카극장으로 인해 「가극의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라스카(寶塚)에서 글=李順男기자 사진=宋奉根기자 다카라스카는 고베와 오사카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따라서 일단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서 오사카나 고베로 들어간다.고베는 아직 지진 피해에서 완전 복구되진 않았다.하지만 숙박.통신.교통시설은70%이상 복구됐다.
다카라스카대극장은 신칸센(新幹線) 신고베(新神戶)역에서 지하철로 산노미야(三宮)역까지 가서 한큐센(阪急線)을 갈아타고 다카라스카역에서 하차,도보로 5분거리다.신칸센 신오사카(新大阪)역에서는 지하철로 우메다(梅田)역까지 가서 역시 한큐센으로 갈아타면 다카라스카역에 내릴 수 있다.신고베에서 다카라스카까지는40분,신오사카에서 다카라스카까지는 50분가량 걸린다.간사이공항에서 고베나 오사카까지는 철도.리무진.고속페리등이 자주 있어언제라도 쉽게 갈 수 있다.소요시 간은 약1시간30분.다카라스카대극장 0797856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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