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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세돌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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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결승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4보(40~48)=이세돌 9단은 국후 “포석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백△에 손 빼고 흑▲를 두어 버린 것도 “흑이 좋지 않을까”했다. 묘한 장면이다. 프로는 보통 40과 같은 선수를 당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흑▲는 더 크다고 한다. 무슨 소리일까. 바둑 사전에 ‘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했건만 왜 흑▲가 찬양을 받고 있는 것일까. 흑▲가 힘과 실리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백이 먼저 두면 흑은 A로 받아야 하고 흑이 먼저 두면 백이 42로 받아야 하는 분기점. 이 한 수의 통찰에서 흑은 앞섰고, 그 바람에 포석을 성공으로 이끌게 됐다.

한데 진짜 놀라운 수는 43이다. 권투로 치면 가드를 완전히 내린 수. 44의 급소가 뻔해서 도저히 둘 수 없는 수. 그래도 이세돌은 결행했다. 해설자들이 ‘참고도1’을 보여주며 도대체 어쩌려는 것일까 묻고 있을 때 46까지 태연히 ‘관통’을 허용했다. 스스로 전쟁의 아수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흐름도 괜찮은 만큼 ‘참고도2’의 흑1이 정상(?)일 것이다. 한데 이세돌은 왜 평범을 피했을까. 이 수는 상변에 대한 압박이 약해서 백이 손 빼게 되고 다음 둘 곳은 실전보 B의 곳이 뻔하다. B가 워낙 좋은 곳이어서 이 흐름은 낙관할 수 없다. 장기전보다는 전쟁이 낫다는 이세돌의 승부사적 근성이 43에서 나타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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