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봤지 영록아, 자신을 믿어야 골이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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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범근 수원 감독<右>이 13일 서울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신영록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은 이날 신영록의 두 골을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연합뉴스]

“스타로 발돋움하려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는 자신의 분데스리가 경험에서 비롯됐다.

1979년 8월 28일,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세 경기 만인 슈투트가르트와의 홈 경기 후반 7분 차 감독은 헤딩으로 첫 골을 터뜨리며 기회를 잡았고 이후 스타로 발돋움했다. 차 감독은 “슈투트가르트 전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면 나는 평범한 선수로 끝났을지 모른다. 골을 터뜨리고 홈 팬들에게 2-0 승리를 안긴 뒤 스타로 대접받기 시작했고,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점에서 서동현(23), 조용태(22), 신영록(22), 박현범(21) 등 수원의 ‘영건 4인방’은 차 감독이 부여한 기회를 잡았고, 매서운 플레이로 무럭무럭 스타로 커 가고 있다.

◇기회를 잡은 영건 4인방=차 감독이 시즌 초반 이들 4인방을 선발로 내세우자 주변에서는 “도박을 한다”고 말했다. 차 감독 역시 “사실 젊은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긴다는 것은 솔직히 모험이었고 확신하지 못하는 도전이었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은 멋진 플레이로 신뢰를 얻었고, 그들 덕분에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약이 가장 빛난 장면은 ‘최대 라이벌’ FC서울과의 두 경기였다.

올 시즌 서울과 첫 만남인 컵대회 경기가 열린 2일. 수원은 서동현의 선제골에 이어 박현범의 어시스트를 받은 조용태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13일 정규리그에서 두 팀이 또 만났다. 수원 신영록은 혼자 두 골을 뽑아내며 2-0 승리를 완성했다. 수원은 올 시즌 6승1무(컵대회 포함)를 기록하며 무패 순항 중이다.

차 감독은 13일 경기 직후 “오늘과 같은 기분을 느껴 보려고 지난 4년간 신영록을 기다렸다”며 “라이벌전에서 넣은 골은 다른 경기 때보다 더 큰 자신감을 안겨 주고 의지를 불타오르게 할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4인방은 평균 나이 21.8세, 평균 신장 1m86㎝의 유럽형 골잡이다. 올 시즌 수원의 16골 중 절반이 이들의 발에서 나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차 감독의 당부는 계속됐다. “내 경험상 자기 자신을 믿어야 골이 만들어진다. 스스로 믿으려면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며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반짝 인기보다는 꾸준함을 갖춰야 스타가 된다”고 당부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와 컵대회 경기(13일·수원)를 하루 앞둔 12일 차 감독은 “훈련에 임하는 젊은 선수들 눈빛에서 욕심이 느껴져 기분 좋다. 부산전에도 이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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