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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파문-검찰조사로 재구성한 사건顚末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권 안팎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전직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설은 검찰조사 결과 카지노 또는 슬롯머신 업주의 단순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자금의 실체와 전주(錢主)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받아 낸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 등 관련자 11명의 진술내용을 토대로 파문의 전말을 재구성해 본다.
지난 3월까지 某은행 압구정동지점 대리로 근무하던 이재도(李載道.35)씨가 이창수(李昌洙.43.호텔경영)씨로부터 『실명전환을 못한 자금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자금출처 조사를 피할 수있겠느냐』며 주민등록번호와 메모지를 전달받은 것 은 지난해 7월. 李씨는 이창수씨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곧바로 친구인 김종환(金鍾煥.43.미국식품가공회사 한국주재원)씨를 만나 문제의 돈이 씨티은행 강남지점에 예치돼 있다는 내용과 이창수라는 이름 등이 적힌 메모를 전달했다.
金씨는 며칠뒤 이를 고향친구인 박영철(朴榮喆.45.무직)씨에게 이야기했고 朴씨는 서울 삼일로 다방가에서 알게 된 양춘화(梁春和.51.무직)씨에게 다시 전하며 이창수라는 이름을 들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梁씨는 『이창수라면 카지노업계의 대부인 전낙원(田樂園)씨의 경리부장을 했던 사람이다.
소문에는 田씨가 해외로 도피할 때 맡긴 1천억원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한다더라』고 대답해「1천억원」과 「카지노」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朴씨는 梁씨와 김종환씨의 말을 종합,94년8월 김서화(金瑞華.51.장상기공대표)씨에게 실명전환 모색을 부탁했다.
이후 朴.金씨와 이재도.이창수씨 등 4명이 삼일로에 있는 某당구장에서 만나 실명전환 추진을 논의했다.
검찰은 『朴.金씨의 진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자리에서 朴씨가 이창수씨에게 「실명전환을 해 주면 사례해야 한다」고 말을 건넸으나 李씨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카지노자금 1천억원으로 종합된 비실명 비자금의 실명전환 타진은 94년8월 김서화-양재호(49)-이종옥(李鍾玉.45.부일종합통상대표)씨 등으로 전달됐다.
이종옥씨는 94년12월 중순 사업상 알게 된 이삼준(李三俊.
54.이태원국제상가연합회사무장)씨에게 『전낙원씨의 경리부장인 이창수씨 명의로 예치된 돈의 실명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전씨가 해외로 도피할 당시 李씨에게 1천억원을 맡겨 놨으며 李씨가 이를 찾으려 하는데 금융실명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말했다. 이어 이삼준씨는 올 5월 손윗동서인 이우채(李芋采.55)씨에게 『카지노 대부의 비실명자금 1천억원을 실명화해 주면절반을 국가에 헌납하겠으니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시중얘기를덧붙여 국가헌납조건이 추가된 것이다.
이우채씨는 이를 다시 배드민턴 관계로 알게 된 송석린(宋錫麟.61.오퍼상)씨에게 『이창수 명의로 씨티은행 강남지점에 예치된 1천억원을 찾아 주면 절반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지노 대신 슬롯머신 자금으로 잘못 알아듣고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덕진(鄭德珍)씨의 비자금으로 이야기를 전파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宋씨도 김일창(金溢昌.55)씨에게 같은 내용으로 실명전환을 부탁했다.
金씨는 그러나 지난달 서석재前총무처장관을 장관실로 찾아가 슬롯머신자금이라고 말할 수 없어 『과거 정권을 잡았던 사람의 돈』이라고 했으며 徐前장관이 누구냐고 재차 묻자 宋씨가 가깝게 지내고 있는 전경환(全敬煥)씨 측근이라고 대답했다 .
그는 또 돈의 규모도 宋씨의 진술과 달리 1천억원이 아닌 4천억원으로 이야기했다.1천억원의 슬롯머신 자금이 다시 4천억원의 정치권 비자금으로 증폭된 것이다.
게다가 徐前장관은 지난 1일 민자당 출입기자들과의 저녁모임에서 「과거권력의 핵심실력자」「권력핵심측근」으로 언급했다.
기자들이 전직대통령이 아니냐고 다그쳐 묻자 이를 시인함으로써전직대통령 4천억원 가.차명계좌 파문으로 불거지게 됐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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