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문제장면 섹스.폭력이 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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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70~80년대=섹스,90년대=폭력」.
유선방송 심의위원들을 「괴롭힌」 한국영화 문제장면들의 시대별유형이다.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8일 케이블TV 유료방송실시 1백일을 맞아 방송대상 영화 1천편(방화 5백90편,외화 4백10편)의 심의결과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심의위원들의 매서운 「가위질」에 걸려 전파를 못타고 잘려나간장면은 모두 1천5백2장면.한국영화의 경우 편당 1.8컷,외화는 편당 1.1컷이 폭력.음란등의 이유로 삭제당했다.
이를 제작연도와 삭제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한국영화의 시대적 변천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에 제작된 한국영화의 경우 과도한 노출.베드신등 「음란퇴폐」장면이 전체 삭제장면의 대부분(70년대 76.8%,80년대 76.7%)을 차지했으나 90년대에는 46.1%로 크게 줄어들었다.『정치적 폭압기에는 스크린. 섹스.스포츠의 「3S」가 문화를 지배한다』는 통설을 입증해주는 부분이다.
한국영화의 편당 평균 삭제시간이 1.71분으로 미국영화(0.
62분)의 세배에 가까운 것도 『애마부인』시리즈등 이 시기 「벗기기 영화」들의 음란장면이 길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85년에 제작된 『장사의 꿈』(신승수 감독,임성민.금보라 주연)과 『여자의 반란』(김현명 감독,한진희.조용원 주연)은 남녀 주인공의 정사장면이 무려 8분이나 계속 이어지는등 과도한 성묘사로 결국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반면 「잔인폭력」을 이유로 잘려나간 비율은 70년대 12.7%,80년대 12.2%에서 90년대 35.4%로 세배 가까이 늘어났다.「벗기기 영화」가 시들해진 90년대 들어 폭력장면이 급증한 것은 고도소비사회를 맞아 흉악범이 늘어나는 등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거칠어지면서 폭력의 감수성이 높아진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밖에 80년대 중반이후 붐을 일으킨 『다이하드』『터미네이터』시리즈등 미국 대작액션물과 홍콩 느와르의영향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모두 21편을 심의한 홍콩영화의 경우 폭력장면이 89.6%로 삭제장면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심의위원회는 『미국영화는 삭제 유형별 비율이 시대적으로 큰 편차가 없다』며 『70,80년대 한국영화에 음란퇴폐 장면이 많은 것은 유신.군사정권 시절의 영화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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