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3은 서울 특목고에 지원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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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의 대원외고 진학을 위해 공부해온 안양의 이모(범계중 3년)군은 최근 의욕을 잃었다. 지난달 말 서울지역 외고 전형방식이 바뀌어 지원조차 하지 못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군은 iBT 토플 115점으로 내심 합격을 자신하고 있었다. 이군의 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중간고사를 앞둔 지금까지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원래 목표대로 전과목 내신에 신경 써야 할지, 체념하고 경기권 외고로 선회해 5과목에만 전념을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하다.

 #2.  서울 강남구 대왕중 3학년인 김이현(가명)군은 주요과목 평균 내신 3%로 외대부속외고 합격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 새 상황이 달라져 좌불안석이다. 경기권 학생들의 서울지역 외고 지원이 불가능해져 외대부속외고에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지역 외고로 목표를 바꿔 잡기엔 불리한 점이 많다. 외대부속외고에만 집중해 내신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이외 과목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다.

  2학기 기말고사 성적까지 내신에 포함시킨다는 서울권 외고의 전형 일정이 발표되면서 경기도내의 서울권 외고 지망 학생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의 외고 시험을 치를수 없게 된 것이다. 경기지역 중학교 기말고사는 서울권 외고 원서 접수 이후인 12월 중순에나 실시된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일제히 경기도 교육청을 성토하고 나섰다. 하루에 수십 개의 글이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오르는가 하면 각 학교 교장실에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학부모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서울 아이들은 경기권에 와서 자유롭게 시험을 보는데 왜 우리 아이는 차별을 받는거죠? 자퇴하고 검정고시라도 봐야 한다는 겁니까?” 최미야(49·여·군포 산본동)씨는 아들과 함께한 3년의 노력이 허사가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원주(44·여·안양 범계동)씨는 “학교에 물었더니 경기도 교육청의 지침이 내려온 게 아직 없다”며 “그냥 기다려보라고 해서 4월말까지는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발론 교육의 박정호 입시전략실장은 “서울-경기도 학생들이 서로 학교를 교차 지원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해선 안된다”며 “두 지역 학생들에게 모두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두 교육당국 간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껏 해결책을 찾기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지난 7일 경기도 교육청은 각 시 교육청에 “학교장 재량껏 문제를 해결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뚜렷한 방향 제시가 없어 일선 학교장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분당의 한 중학교 교장은 “서울권 외고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학사일정 조정은 사실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학부모 최현희(49·여·군포 산본동)씨는 “3학년 내신비중이 가장 높은데 중간고사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빨리 결정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입을 막대한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외고 입학을 위해 지난해 12월 자녀를 귀국시켰다는 김해경(46·여·안산 고잔동)씨는 “오로지 외고 입학을 위해 공부해 온 아이가 불쌍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오순희(41·여·안양 신촌동)씨도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유학 보낼 생각을 실제로 하고 있다”며 “대책없이 학교장 결정에 넘긴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경기지역 중학교의 기말고사 일정을 11월 말로 앞당기거나 서울지역 외고가 내신 성적을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고 전형방식은 시행 10개월 전에 발표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서울권 외고의 정책 변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은 이제 경기교육청을 거쳐 경기권 중학교들에 넘어 와 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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