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즉시 철군은 무모한 주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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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38면

“지극히 허황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이라크전의 필요성을 확신할 것이다.” 매케인이 2004년 미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은 이라크에서 절망적 패배의 심연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성공을 기대해도 좋다. 이라크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이웃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테러범들을 격퇴하는 데 기여하는 평화롭고, 풍요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이라크에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美공화당 대선후보 매케인 해외참전용사회 본부서 연설

“절대로 절망하지 마라”고 윈스턴 처칠 경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련을 겪었으나 분연히 일어섰다. 미국의 일부 정치 지도자는 추가 파병 덕택에 이라크 상황이 호전됐다는 것을 외면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만 따지려 든다. 심지어 “사담 후세인이 지금 권좌를 지키고 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그런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 주도로 사악한 독재자를 제거해 이라크와 중동 전체에서 자유·안정·번영의 길이 열렸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인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이라크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다뤄야 한다. 이라크에는 미국의 중차대한 이익이 걸려 있다. 미국에 극히 중요한 중동 지역 전체의 안정이 달려 있다. 미국의 도덕적·정치적 지도력에 대한 신뢰성 평가도 이라크 주둔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이라크에서 황급히 철군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철군이 남길 후유증도 따지지 말자고 한다. “지금 철군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침공하면 된다”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성급하고 무책임하게 철군한다면 당장 문제가 생길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이 무모하게 철군한다면 미국의 동맹국들, 아랍 국가들, 유엔, 이라크인 역시 각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철군하면 알카에다는 승리를 선언할 것이며 이라크의 종파 간 갈등도 격화될 것이다. 그 결과 이라크는 전면적인 내전에 휩싸이게 돼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중동 지역은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는 테러범들의 온상이 될 것이다. 이라크와 중동 전체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며 이들 국가는 이란이 지배하는 환경에 순응할 것이다. 그런 상황은 미국의 이익에 배치된다. 미국은 틀림 없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기회와 위험의 부담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에게 털어놓는다면 국민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허락할 것이다. 정직하게 진상을 공개하는 것은 내 책임이며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공화당 지도자들의 책임이다.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진실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도자들이라면 개인적인 야심을 접어두고 국가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

이라크에서 우리는 큰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라크의 안정과 자유를 바탕으로 미국은 중동 지역 전체에 대한 미래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테러리즘 세력이나 이란과 싸우는 데 필요한 이라크라는 강력한 민주 우방을 얻는다.

향후 18개월 동안 아라크는 중요한 선거를 두 차례 치른다. 나는 최근 이라크를 방문해 상점 주인과 노동자·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 선거를 통해 바그다드의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각 지역 공동체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도자들을 뽑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야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선거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달성한 안정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경제발전도 필수적이다. 여러 지역에서 적막했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은 범죄와 테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금이 풍족한 극단주의 세력이 젊은이들을 유혹할 수 없게 하려면 이라크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이라크 정부는 재정 흑자를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과 공공서비스 복원 사업을 추진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이라크 주둔 병력은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만 있으면 된다. 목표가 달성되면 단 1분도 더 주둔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목표는 이라크가 홀로 설 수 있는 민주 동맹국가가 되고 주변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 책임 있는 세력이 되는 것이다. 미군의 주둔이 필요 없는 이라크, 바로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나는 이러한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고 믿는다. 예상보다 이 목표가 더 일찍 달성될지도 모른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믿는다. 미군의 철군으로 이라크 국민이 겪어야 할 재앙, 미국의 사활적 이익, 중동의 미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군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지도력의 부재다.

나는 전쟁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범한 실수 때문에 겪고 있는 좌절감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패전이 우리 군의 사기와 국가안보에 미치는 악영향도 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실패하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지난 5년간 이라크에서 겪은 것보다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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