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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체질 개선·물가 안정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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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34면

중국 돈의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마침내 ‘1달러=6위안대’로 접어들었다. 위안화 가치는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고정환율제가 폐지된 2005년 2.6%, 2006년 3.4%, 2007년 6.9% 올랐는데, 올 들어 다시 4.5% 뛰었다. 중국 정부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위안화 가치의 빠른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1달러=6위안 시대의 중국 경제

그동안 미국 등은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점을 들어 중국 외환 시스템을 ‘더러운 변동환율제(Dirty Floating)’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점진적 절상’을 고집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의 상승 속도에 비춰 중국 정부는 외환시장을 쥐고 있는 손아귀의 힘을 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6.3위안, 내년에는 5위안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위안화 가치의 급등은 중국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 속도를 낮추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一石三鳥)
중국 통계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GDP 상승률)을 11.4%에서 11.9%로 수정해 지난주 발표했다.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2월 8.7%에 이어 3월에는 8.2% 올랐다. 연간 1~3%의 물가 상승에 익숙해진 중국인으로선 심각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물가 급등이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촉발했다고 보는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등 생활필수품 가격 급등을 정치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돈줄을 죄는 한편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도록 방관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갈수록 늘고 있는 중국으로선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내수시장에 더 치중하게 된다. 동시에 기업은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던 방식에서 점차 탈피해 하나를 팔더라도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위안화의 절상은 미국 등 교역 상대국들의 줄기찬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통상 마찰을 줄이는 효과도 생긴다. 긴축 효과를 극대화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면서 통상 마찰도 줄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1석3조’인 셈이다.

킬(Over Kill)?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와중에서 나온 환율 충격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상하이·선전·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37%였던 것이 올 1~2월에는 16.5%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급증한 순이익 중 60%가 보유 주식 가치의 상승에 힘입은 것이었는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순익에 바람이 쑥 빠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연구개발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더 이상 싸지 않은 중국 상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경제의 위상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의 주 엔진인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30%대에 육박하던 증가율이 최근 14%대로 낮아졌다. 기업들은 돈을 구하기 힘들고 수출 채산성도 나빠지자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가 급락도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0년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업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과 일치하는 흐름을 보였다. 기업 투자의 위축은 곧 성장동력의 훼손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경제 과열을 진정시키고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1984년과 94년 전후 성장률이 연 15%에 육박하고 물가가 빠르게 오르자 중국은 은행 대출을 직접 통제하는 하는 방식으로 돈줄을 죄었다. 그 결과 기업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연 3~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경제성장률은 5%대로 추락했다. 중국 정부가 내심 바라는 적정 성장률이 연간 7~8% 수준인 점에 비춰 5%대 성장은 침체였던 셈이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RGE모니터는 “주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 투자가 중국 정부의 예상보다 더 줄어들면 성장률이 적정 수준 이하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우려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각각 9.3%와 9.5%로 예측했다. 여전히 탄탄한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학습효과를 갖고 있는 만큼 기업의 투자 위축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환율과 금리 정책을 완화할 공산이 크다. 적절한 시점에 브레이크의 강도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란 얘기다. 경기 하강에 따른 일자리 위축 또한 감당하기 힘든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기업들의 체질을 강화하고 물가 불안을 줄이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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