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려라” 정부 전방위 압박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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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름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처방전을 쓰고 있다. 주로 정유업계의 ‘고마진’ 구조를 깨는 데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우선 이르면 10월부터 주유소나 대리점끼리 기름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정 정유사 기름만 팔도록 한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정유업계는 자신들을 ‘악당’으로 모는 정부에 대해 억울해하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본지 3월 31일자 e2면>

◇전방위 압박 나선 정부=1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경제 관련 부처들이 모두 모였다.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시장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논의였다.

지식경제부는 1975년 이후 30여 년간 금지돼온 주유소 간 제품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0월부터 주유소와 주유소, 석유제품 대리점과 대리점 간에 서로 기름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유소들은 더 싼 기름을 찾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유소가 계약을 맺고 있는 정유사에서만 석유제품을 공급받다 보니 경쟁이 최소화되고 주유소가 정유사에 종속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현재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정유사보다 싼 제품을 유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또 석유제품 수입업자의 석유제품 비축 의무를 내수 판매량 40일분에서 30일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유사들은 40일분 비축 의무가 그대로 유지된다. 수입업자의 비축 부담을 덜어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해주기 위한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가세했다. 공정위는 이달 초부터 정유업체를 대상으로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한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파는 ‘배타적 공급계약제’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름값이 비싼 원인이 가격 결정에 있어서의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보고 정유업계 유통구조 전반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라며 “불공정 거래행위가 포착되면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시장 과점 없다”=정유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4개사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낮은 것은 그 같은 경쟁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올 들어 국제시장의 휘발유 가격은 5.8% 올랐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2.8%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 3개사의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수가 아니라 대부분 수출로 번 것”이란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리터당 15.3원, 영업이익률은 3.5%에 불과하다”며 “이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그렇게 이익이 많이 났다면 국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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