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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단 MB노믹스 … 감세·규제완화 보따리 확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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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이 국회의석 과반수를 넘기면서 MB노믹스의 근간인 규제 완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은 불필요한 규제의 상징이었던 전남 대불산업단지의 콘크리트 전봇대를 지난 1월 한전 직원들이 철거하는 모습. [중앙포토]

4·9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아침.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김병기(46) 사장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여당이 국회를 지배하면서 법인세 인하와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안을 포함한 ‘MB노믹스’가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반면 한 공기업의 부장급인 김모(44) 팀장은 정반대였다. 총선 이후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공공개혁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면서 친시장·친기업의 MB노믹스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도 MB노믹스로 인해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MB노믹스의 기본 틀인 ‘감세’와 ‘규제 완화’는 더 속도를 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정은 당장 급한 대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단기 대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전날인 8일 “내수가 너무 위축되는 게 아닌가”라며 성장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줬다.

당정은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감세 보따리를 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생활형편은 좀 나아지고, 기업은 투자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개인을 위해서는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내리겠다는 총선 공약을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소득세법을 개정하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 3000만원인 근로자의 세금 부담은 연 372만원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연 401만원을 냈다.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감세도 추진한다.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해 22%로 3%포인트 낮추고, 2013년에 다시 20%로 낮추는 계획은 예정대로 간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도 잇따라 도입된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7%에서 10%로 확대한, 최저한세율(각종 감면을 받아도 최소한 부담해야 하는 세율)을 10%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당장 쓸 수 있는 부양책도 동원된다.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해 5조5000억원이나 되는 지방교부세 정산분을 10일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조기에 지급해 쓰도록 할 방침이다. 예년에는 10월께에 정산분을 지자체에 주었지만 올해는 확 당겨 재래시장 활성화와 같은 사업에 쓰게 된다.

굵직한 규제완화 정책은 경제 살리기의 또 다른 날개다. 금산분리 완화를 금융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한나라당은 18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도 예정대로 추진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같은 친기업 정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개혁도 가속이 붙게 됐다. 총선에서 민의를 확인한 새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월 말까지 기본 계획을 확정해 공기업 민영화의 큰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외 변수다. 이미 물가는 치솟고 있다. 경기 부양에 힘을 쏟으면 불이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감한 감세 정책이 그렇지 않아도 부실해진 나라살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초반에 힘이 실렸다고 과속하지 말고 적절한 속도 조절을 통해 정책의 균형을 찾는 정책 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윤·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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