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드라마"바람은 불어도" 인기정상 눈앞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바람은 불어도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태풍은 아니다.옷소매 사이로 산들산들 스며들 뿐이지만 한여름밤 더위를 식히는 데는 어떠한 폭풍도 갖지못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 산들바람 같은 드라마가 KBS-1TV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다.
무슨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브레이크가 없는 인기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인기순위 9위에 처음 진입한 이후 순위권을 벗어날 줄 모르고 한달전께부터는 경쟁방송사는 물론 KBS내의 주말연속극.미니시리즈등 주력상품을 모두 물리치고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미디어서비스코리아의 지난주 조사결과에 따르면시청률 34.1%로 2위를 기록,KBS-2TV『판관 포청천』이수성하고 있는 정상 자리를 0.7%차로 바짝 위협하기도 했다.
그것이 월~금요일 주5회 방송분의 평균시청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금요일 하루 방송되는 『판관 포청천』의 시청률을 능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실제로 1일시청률로는 『판관 포청천』을 앞지르는 날도 상당수다.
이같은 인기는 9시뉴스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미묘한 문제로 이 드라마를 주목했던 KBS관계자들도 놀라게할 정도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실용위주로 구성된 핵가족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잃어버렸던인간의 정을 4대가 한지붕아래 모여사는 대가족의 사랑.갈등을 통해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작진들의 자평이다.
특히 제각각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보며 시청자들이 『우리 할머니,우리 삼촌과 닮은 꼴』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 효과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작가 문영남(35.여)씨는 『화려하기보다 우리 가족중 어느 한사람과 같은 모습의 보통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는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당신이 그리워질 때』에서 여실히 증명된 것처럼 보통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그려나가는 이영희PD의 치밀한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밖에 특이한 소재에 치중하는 지나친 소재주의나 인기연기자를대거 등장시켜 한몫보려는 트렌디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식상한 탓도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소재주의나 트렌디물로 일관된 각 방송사의 미니시리즈등이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면에서 뚜렷한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는데서 반증된다.
KBS측은 당초 10월초 종영예정이던 『바람은 불어도』의 인기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연장방영한다는 방침이다.
『바람은 불어도』의 인기가 높자 SBS가 『사랑의 찬가』『LA아리랑』등 일일연속극을 편성했고 MBC 역시 가을개편때부터 같은 오후8시30분대에 일일연속극을 대응해 편성할 계획이다.
李勳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