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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가 겪을 우주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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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씨는 우주 적응훈련을 통해 무중력 환경의 신체 변화에 대비했지만 네 가지 이상 증상을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 불면증·골다공증·피부 노화·부종(부어 오름)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씨가 우주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12일에 불과해 심각한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것은 과거 47년간 우주 여행을 떠났던 우주인들에 의해서도 증명됐다.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진다’고 노래했듯 우주에선 하루에 해가 16번(90분 간격) 뜨고 진다. 16번의 ‘낮’이 이씨의 생체 시계(생체리듬)를 교란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서울 숨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노르웨이·러시아 같은 고위도 지역 주민이 백야철에 잠들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주 골다공증의 주된 원인은 무중력이다. 우주선 내에선 지구 중력에 맞서 몸을 일으키거나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근력이 약해진다. 무중력 상태에선 뼈의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한 달가량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면 골밀도는 1% 정도 낮아진다. 우주정류장에서 1년 이상 지냈던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한 뒤 한동안 누워 있거나 휠체어 신세를 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씨는 우주 체류 일정이 짧아 근력 저하·골다공증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척병원 정형외과 장상범 원장은 “무중력 상태에서 척추의 뼈와 뼈 사이 연골, 팔다리의 관절이 늘어나 키가 4㎝ 이상 커질 수 있지만 근육·신경이 함께 길어지지는 않는다”며 “귀환하면 원래 키로 되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키가 복귀될 때 일시적인 통증을 느낄 수는 있지만 큰 부작용은 없다. 이씨가 허리 통증이 있었다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다. 연골이 늘어나면서 뼈 사이의 압력은 낮아져 통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평소 피부 트러블이 잦았던 이씨는 피부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우주는 피부 건강에 관한 한 최악의 환경이다. 지구에서는 공기 중 산소 비율이 20%(나머지는 질소)에 불과하지만 이씨의 우주복 안은 100% 산소로 채워졌다. 이때 과잉 생산된 활성(유해) 산소가 정상 피부세포에 손상을 주어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우주 부종도 나타난다. 지구에선 하반신 쪽으로 피가 몰리지만 우주에서는 머리 쪽에 피가 몰려 얼굴은 늘 퉁퉁 붓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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