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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 지역대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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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16일 대만 중부도시 타이중을 방문한 천수이볜 총통(右)이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타이중 AP=연합]

사흘 앞(3월 20일)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가 남북 간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우선 대만 출신 본성인(本省人)들이 몰려 사는 남부는 절대적으로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미는 분위기다.

반면 대륙 출신인 외성인(外省人)들이 주로 거주하는 북부 역시 절반 이상이 국민.친민 연합후보인 롄잔(連戰)후보를 지지한다. 따라서 남은 사흘 동안 유세는 부동층인 '중부 표심'공략에 집중되고 있다.

◇중부 표심이 관건=중국시보는 지난 15일 "양 진영은 '수성(守成)후 중부 공략'이란 작전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각자의 지지기반인 남.북 지역의 표심을 다진 뒤 유세 막판에 중부 지역에서 승부를 거는 전략을 세웠다는 얘기다. 유효표(1650만표) 가운데 중부와 기타 지역은 26%(436만표)다. 북부가 42%(690만표), 남부가 32%(524만표)에 비해서는 소수지만 부동층이 많다는 점에서 당락이 갈릴 만한 규모다.

민진당 가오슝(高雄)선대본부장인 셰창옌(謝長延) 가오슝 시장은 "북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남부 7개 현에서 50만~60만표를 이기고 중부에서 무승부면 승리"라고 말했다.

連 측은 "남부에서 30만표 정도 열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근거지인 타이베이(臺北)에서 40만표 이상 표차를 벌리고 중부에서 10만표를 이기면 당선안정권"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중부는 외성인과 본성인이 섞여 있는 지역이지만 지난 총통 선거에선 陳후보가 전체 4개 시.현 가운데 2개 지역에서 1위, 나머지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우세를 보였다.

◇지역감정에 호소=지난 선거에서 31만표 차로 당락이 갈렸기 때문에 양측은 유세 때마다 "대만인은 대만인이 이끌어야 한다(陳총통)" "陳총통이 당선돼 대륙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외성인이 최대 피해자(連후보)"라며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대만 남북부는 주민의 출신뿐 아니라 산업 구성과 계층 분포에서도 뚜렷이 구분된다.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외성인들은 주로 금융과 상업 분야에 종사하면서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

공업지대인 남부의 대만 출신들은 서민층이 주류다. 연합보는 중국문제연구원(中硏院) 조사를 인용, "중산층 규모는 북부가 남부의 5배, 국립 대만대 입학 비율은 무려 9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남부 사람들은 과거 국민당 정부 때 공직 진출이 제한되는 등 지역 차별의 고통 때문에 반(反)국민당 정서가 뿌리깊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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