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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진단>환경규제완화는 시대착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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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업의 경쟁력 배양과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26일 발표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오염악화를 부채질하는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6일 열린 경제행정규제완화 실무위원회에서 기업활동을 죄는 규제를 완화한 것은 타당하나 유통.물류분야와 마찬가지로 환경문제를 경제논리에서만 파악했다는 것은 적지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시 프린스號 기름유출사고에서도 보듯이 자연환경이 한번 오염되면 피해가 엄청나고 원상태를 회복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물론 환경규제완화가 기업에는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소홀한 예방으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업의 손실은 물론 사회적으로 치러야할 비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규제완화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공장규모와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공해배출시설 설치가 가능해지고 가동전 반드시 거치도록 했던 관계 공무원의 현지조사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매달 1천여개의 업체가 환경법규위반으로 적발되고 있고 수많은 환경오염사고와 부실공사를 경험한 우리 실정에서 아무런 사전점검없이 공해배출시설이 가동된다는 점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환경부는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와 함께 사후관리를 강화해 나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전국 배출업소에 대한 현장점검이 분기당 1회도불가능한 지금의 인원과 장비로는 철저한 사후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규제완화 논의당시 오염배출규모가 적은 4.5종 사업장만 신고제로 바꾸고 1.2.3종의 대형 사업장에대해서는 허가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결국 경제부처의 요구를 수용했다.
또 수질.대기등 오염원인별로 각각 두도록 했던 환경관리인을 기술자격증만 갖추면 한사람이 겸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평소 오염방지에는 무관심하다가 일단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관리인에게만 지우는 경우가 허다해 책임에 따른 환경관리인의 권한 확대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는데 이번 조치는 오히려 이들의 지위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한사람이 여러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토록 하는 것은 오염방지시설의 철저한 관리와 환경관리인의 전문성 제고,기업의 환경관련 부서의 확대라는 추세에 역행하는 일인 동시에 오염사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개악」인 것이다.
특히 일반직원이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소음.진동 환경관리인이될 수 있도록 한 것은 환경개선 의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적으로 무역을 통해 기업의 환경경영을 강제하는 환경라운드(GR)의 흐름이 거세지는 지금 정부는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해결하기 위해서도 사전예방 차원의 환경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번 시책의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심의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姜讚秀〈本紙환경전문기자.理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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