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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뭉쳐 기적” 캔자스대 헹가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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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전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캔자스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캔자스대가 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NCAA)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멤피스대를 75-68로 따돌리고 2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후반 종료 10초를 남겼을 때만 해도 캔자스대는 60-62로 뒤진 데다 멤피스대에 자유투 2개를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멤피스대 데릭 로즈가 자유투 1개를 놓쳐 3점 뒤진 가운데 마지막 반격에 나섰고, 마리오 샤머스가 경기 종료 2.1초를 남기고 극적인 동점 3점포를 꽂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기세가 오른 캔자스대는 연장 초반 브랜든 러시·대릴 아서·다넬 잭슨이 연달아 골 밑을 돌파하며 내리 6점을 올려 69-63으로 달아나 승부를 갈랐다.

◇탄탄한 수비 강조하는 빌 셀프(46) 감독=빌 셀프 감독은 전임자인 로이 윌리엄스(현 노스캐롤라이나대 감독)가 15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꿈을 5년 만에 이뤄냈다. 2003년부터 캔자스대 사령탑을 맡은 빌 셀프 감독은 통산 349승째를 NCAA 우승 트로피로 장식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빌 셀프 감독은 졸업과 동시에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985~86년 캔자스대에서 래리 브라운(전 뉴욕 닉스 감독)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오클라호마대와 일리노이대를 거쳐 캔자스대 감독으로 돌아온 빌 셀프는 99년 이후 251승을 기록하며 대학농구 최다승 감독 3위를 달리고 있다. 탄탄한 수비와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캔자스대에서도 141승32패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아픈 상처를 투혼으로 승화=캔자스대 선수들의 아픈 사연도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분47초를 남기고 53-60에서 귀중한 3점슛을 성공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셰린 콜린스는 얼마 전 2살짜리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귀중한 리바운드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은 다넬 잭슨은 최근 친한 친구를 총기 사고로, 할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는 ‘겹불운’을 겪었다. 이 충격으로 어머니는 병원에 누워 있다고 한다. 든든하게 골 밑을 책임졌던 샤샤 칸은 얼마 전 러시아에서 괴한의 습격으로 아버지가 사망했다.

캔자스대 공격의 핵인 브랜든 러시는 지난해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다가 무릎 부상으로 프로에 가지 못하고 다시 모교로 돌아오는 좌절을 맛봤다. 모두들 슬픔을 간직한 채 코트에 섰고,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도 뜨거웠다. 저마다 가슴에 묻은 이런 슬픔이 강한 추진력이 되어 막판 역전극의 기적을 이뤄냈다. 빌 셀프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울먹였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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