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0대들 투표 통해 민주 역량 길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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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이란 서양 속담은 선거에도 적용된다. 수고하지 않으면 얻을 것도 없다. 투표에 불참하는 유권자는 좋은 공익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총선이 내일로 다가왔지만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2004년 17대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낮다. 17대 때 실제 투표율이 61%였다니 이번 총선은 겨우 50% 선을 오르내릴 것 같다는 분석이다.

50% 정도의 투표율이라면 한나라당이 50% 득표율을 얻어 설사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 해도 기껏 국민의 25% 지지만 받는 셈이다.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지지율 25%의 집권당은 민주적 정당성과 통치의 효율성을 의심받아 결과적으로 국가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국가 능력이 떨어지면 국가가 제공하는 공익 서비스의 질도 낮아진다. 투표 불참→국가 능력 저하→공익서비스 저질화→유권자 손해의 악순환 구조는 이렇게 성립된다.

누가 투표율을 아래로 끌어내릴 것인가. 아마 20대 유권자일 가능성이 있다. 15대 총선 이래 오직 20대만이 줄곧 50% 미만의 투표율을 보여왔다. 96년 44%→2000년 37%→2004년 45%였다. 지난해 대선 때도 20대 투표율은 47%에 불과했다. 30대 이상의 세대는 모든 선거에서 50%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20대의 저조한 투표 행태는 겉모양은 어른으로 성숙했지만 속은 아직 사회 적응 과정의 미성숙 상태를 말해준다. 또 IMF 외환위기나 청년실업, 혹은 ‘88만원 세대’라는 비정규직 시대의 경제적 고난을 겪으면서 정치 참여에 더 무관심해졌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투표 외면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참여의 최소 형태인 투표마저 불참한 유권자는 국가 정책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것이다. 일자리나 등록금 문제에도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없다. 과거 어떤 시대엔 20대가 한국 정치를 민주화한 열정적인 변화의 주인공이었다. 지금의 20대는 선거에 참여해 정상적인 민주시민의 역할을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