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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시대변화 바로 읽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대가 변하고 있다.시간 흐름에 따른 단순 변화가 아니라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과거 세기말과 세기초의 변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量子)도약의 변화가 나타난지 이미 오래다.
이젠 사람이 물리적 공간을 오가지 않고도 가상의 공간에서 동화상(動畵像)으로 서로 만날수 있다.사람만이 아니라 자료를 세계 도처에서 꺼내볼 수 있다.
한 예로 미국 의회도서관의 토머스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의회에저장돼 있는 필요한 자료를 꺼내볼 수 있다.
홈 쇼핑.홈 뱅킹.홈 거버닝 등이 가능해지고 있다.자아와 의식과 자연과 역사를 하나로 묶어 전체를 조감하면서 그 속의 개체가 갖는 독자성을 인정하는 다양성이 양자사회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기원전 8000년부터 기원후 1750년에 걸쳐 진행된 농경사회를 지나 그후 약 2백50년동안 치달은 산업사회를또 지나 불과 지난 10년 사이에 정보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이 변화속의 특징은「부분이 곧 전 체」로서 그 부분은 독자성을 갖는 개체다.
그 개체는 조직에 대한 개인이며 중앙에 대한 지방이고 국가에대한 시민이다.이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가 일방적이거나 수직적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그런데 아직도 단선적 틀속에서 단일성의 신화만 믿고 변화가 관리된다.
정부는 말로만 변화를 말한다.2주전 정책기획위의 개혁과 변화의 방향을 보고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참여를 촉구하고 정부.여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기껏해야 국민의 대표를 초청해 앉히거나 관변단체로 하여금 행사를 하게 하는 형식이 고작일 것이다.스스로의 변화와 개혁과는너무 거리가 먼 정부와 정당더러 역할을 더하라고 하면 시늉만 내고말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이런 현상만이 아니라「정책기획위」다,「세계화 추진위」다 하는 위원회에서의 보고내용이 이미 학회나 그밖의 학술행사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수없이 논의된 내용들이라는데 있다.그리고 더 있다.이런 내용들이 집행부서에 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표피적 논의로만 일관할 뿐 본질은 천착도,전체를 조감하지도 않는다는데 근본원인이 있는 것이다.메아리없는 피상적 논의는 정부와 학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정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치인이 약속을 저버렸느니,그럴 수 없다느니 하는 것보다는 시대가 앞으로 이렇게 변하는데 누가 어떻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초점이 돼야 한다.사실「누구」보다는「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
플라톤이후 양식의 변화와 중요성을 계속 논의해온 것도 이런 이유다.세대교체라는 논의만 하더라도 유권자인 국민이 선택해 정권이든,정당이든 바꾸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나 정당이 도태되는 것이지 원점에서 맴도는 말만 하는 정치도 언론도 딱할 때가 많다. 그러니 이젠 제대로 바꾸자.제발 본질적이면서 국민의 메아리가 있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대통령.정당.일선행정기관 따로 또 학계.언론계 따로 놀 수는없다.다양한 사회의 구슬을 꿰 보석으로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국 땅에서지만 이제 6.25전쟁기념비의 제막처럼 역사를 정리하며 과거 산업사회의 잘못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가운데 광복50년의 변화 틀과 원리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자.
그 새로운 틀의 변화는 엉뚱한데서 찾아지지 않는다.기초와 양식을 차분하게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젠 제대로 바꾸자 기초는 정당이 이념의 틀을 토대로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 닦인다.행정은 손과 발이 제대로 움직이는것으로 가능하다.언론은 식상한 판형과 화면의 구성과 내용을 크게 바꿈으로써 변화가 가능하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교리.교조보다 이미지가 중요하고 그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꼴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광복이후 50년의 시행착오를 겪고 얻은 교훈이며 다음세대의 잘못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준비이기도 하다.
〈서울大교수.정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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