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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三豊참사 극적생환 세 젊은이를 보고...특별鼎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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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최명석군등 20세이하 젊은 남녀 3명이 극적으로 구조된 사실과 관련,신세대를 다시 보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생환전후에 걸쳐 보여준 끈질긴 생명력.침착함,그리고 어른스러움등이 오렌지족에서 비롯된 부정적 신세대관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이성호(교육학)연세대 교수,김혜련 숙명여대 대학원총학생회장을 초청,이은윤 본지 편집국장대우와의 정담을 통해 극적생환 세 젊은이를 중심으로 새로운신새대상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비극적인 삼풍사고는 안전경시풍조등 우리 사회 전반의 어두운측면에 관해 여러가지 경고를 던진 셈이지만 구조대나 자원봉사대의 활약처럼 희망적인 싹도 보여 주었습니다.특히 최명석군과 유지환.박승현양의 기적적인 생환으로 이른바 X세대 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부정적 선입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교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李교수=세 젊은이의 구조를 지켜보면서 세가지를 느꼈습니다.
우선 일가가 구조에 나서거나 조부 병수발에 헌신했다는 최군의예처럼 세사람 모두 단란한 가족관계에서 보듯 가정의 화목함이 위기상황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그들이 일부 신세대와 달리 비교적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굳은 의지가 형성된 것 아닌가 하는 점이고,셋째는 배고프고암울한 성장기를 보낸 기성세대와 다르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낙천적인 요즘 젊은이들의 공통된「자기의지」가 이 들의 생환에 복합작용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기성세대가 생각 못한 참을성을 발휘해 위기상황을 극복한 세 젊은이들에겐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요. ▲李교수=물론 젊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점도 크게 도움이 됐겠지만 시골에서 자란 젊은이라면 더 끈질긴 생명력을 보였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비슷한 연배인 김회장은 최군등이 보여준 생명력의 원천적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金회장=이교수님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합니다.그러나 기성세대의 부정적 신세대관에 대한 반론은 아니지만 신세대에겐 기존 방식을 탈피해 나름대로의 가치를 창조하는 보이지 않는 저력이 있다고 봅니다.삼풍붕괴가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면 세 젊은이의 생환은 예상외의 반전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두 분 얘기는 방종하고 소비지향적인 신세대들도 있으나 최군등은 단란한 가족관계에서 배양된 가정교육등이 위기극복의 바탕이됐다는 말씀인데요.
▲李교수=가난한 성장배경이 꼭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오히려 풍요로움이 교육상 장점이 많겠지요.문제는 절제나 독립심을길러 주지 못한채 용돈을 마구잡이로 주는등 무조건 지나치게 베푸는 일부 부모들이라 하겠습니다.요즘 신세대들의 문제중 하나가쉽게 포기.절망한다는 점인데 최군이나 유.박양은 독립심과 의지를 갖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이런 의지와 건전한 사고방식이 모여 기적적인 생환의 계기가 됐다는 점이지요.
▲金회장=예전에는 집안이 어려워야 공부를 잘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돈이 있어야 공부를 잘할수 있다는 말처럼 어렵게 자라는데서 끈기나 독립심을 키울 수도 있으나 넉넉한데서 얻는 여유같은또 다른 힘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그러니 최군등 의 예를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요.
▲李교수=세 사람은 감정관리도 탁월했습니다.구조대원이 자기 목소리를 못듣고 지나가자「구해주려면 구해주고 맘대로 해라」하는생각이 들었다는데 이는 포기가 아니라 냉정한 자기관리거든요.물론 신세대 일부에선 이를 못해 방종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신세대의 사려깊음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면도있습니다.
-구조된 세 젊은이의 부모들이 보여준 차분함이나 효녀라고 보도되자 자신은 말괄량이라고 털어놓는 유양의 모습을 보며 비약일지 모르나 이들이 불교에서 말하는「무심도인(無心道人)」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李교수=매몰된 젊은이들의 침착.냉정한 모습과 달리 지상에서기성세대들이 구조 초기 우왕좌왕하는 일면을 보여 대조를 이뤘습니다.예외적인 경우긴 하지만 신세대들이 기성세대와 달리 분석적사고가 몸에 배어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입니다 .
-그런 면에서 이번 세사람의 생환을 계기로 기성세대의 신세대관이 수정.반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사실 신세대의 부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그것도 따지고 보면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李교수=그렇습니다.신세대는 어느 시대에나 다 있는 것입니다.문제는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데 있다고 봅니다.이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의지력.건강한 사고 등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21세기를준비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세사람의 생환을 보면서 가족들의 뜨거운 사랑,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헌신적사랑이 많은 아버지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샌드위치 세대라 할 수 있는 김회장은 세사람의 생환을 계기로 신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습니까.
▲金회장=보이지 않는 신세대의 힘.가능성에 관심을 갖게되었습니다.어쭙잖게 신세대를 비판하고 꾸짖기 보다는 21세기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해 그것을 개발.뒷받침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유지환양 의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발톱에서 드러나듯 그들은 자기연출.개성.개인주의적 특성을 지닙니다.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중요한 힘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들의 생환은 국민교육적.정서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李교수=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죽음의 위협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동년배의 신세대에게 던진메시지는 매우 의미심장합니다.그리고 신세대를 나약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세대로 치부해왔던 기성세대에게는 건강한 신세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金회장=삼풍붕괴는 기성세대의 부정.부패가 무너지는 것을 상징합니다.신세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세대에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이런 신세대의 태도를 보면 삼풍의 잔해들이 치워지는 것 과 동시에 기성세대들의 부정과 부패.부조리가 같이 치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신세대의 오류와 실수,방만함이 아니라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동의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세사람의 생환은 전국민에게 희망을 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드라마로 교과서에라도 수록될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워낙 큰 사건이라 언론도 그 사건의 원인과 경과에 신경을 쓰다보니 부정적 측면에만 주목했 습니다.앞으로는 이들이 던져준 희망에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金회장=그들이 살아나오자마자 찾은 것이 콜라.냉커피.아이스크림이었다고 해서 빈대떡 세대들이 한심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들의 솔직한 본모습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솔직함 속에 있는 또다른 역량을 기 성세대가 주목해주었으면 합니다.
-무엇을 먹고 싶었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단지 우리 민족의 내면적 정체성은 지켜주어야 합니다.바로 세사람의 극적 생환은 우리의 강인한 민족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점에서 신세대들이 앞으로 짊어질 국가.민족의 장 래에 희망과 기대를 갖게했습니다.오랜 시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金成熙.金蒼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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