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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정당학회관찰] 대구 서구, 달서갑·을·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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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이라 할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밀려오는 ‘박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달서갑·을·병의 세 선거구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서구 등 대구의 서부 지역이다.

이 지역의 선거 구도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및 시의원들의 탈당 정도에서 잘 나타난다.

“달서병은 하나도 안 했고예, 달서갑 거기는 일부분만 했지만, 우린 다 탈당했심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없어야지. 이거 원 힘들어서….” 달서을에 지역구를 둔 한 기초의원의 말이다.

달서을의 친박 무소속 후보인 이해봉 의원과 서구의 친박연대홍사덕 전 의원은 선거 초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각 한나라당 권용범·이종현 후보를 앞질렀다.

하지만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대구 서부 지역에선 어느 후보도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와 달서을의 경우 초반 뒤져 있던 한나라당 신인 후보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당 조직이 본격 가동되면서 상대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서구에 나선 친박연대 홍 전 의원의 홍보책임자는 “박근혜와 강재섭의 대리전이란 말은 우리 홍 후보를 모욕하는 말입니다. 강재섭보다 토박이론을 내세운 이종현이 더 어려운 상댑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달서갑과 병의 한나라당 후보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3일 밤 달서병의 친박연대 조원진 후보는 한나라당 유재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박풍이 계속 불어 한번 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 사장 출신인 한나라당 유 후보의 사무실도 바빠졌다.

대구 서부 지역의 유일한 선거 쟁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대 대구 경제 살리기’다.

대구와 경북의 친박 무소속은 4일 달서을 이해봉 후보 사무실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5년 후 대통령을 목표로 큰 틀의 정치 행보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5일엔 서구 홍사덕 후보 사무실에서 친박연대와 연합했다. 친박 후보들의 선거 전략은 박 전 대표의 사진으로 도배한 선거사무실, 박 전 대표가 아예 주인공인 명함과 현수막 등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다.

이에 맞선 한나라당 후보들은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대구 지역의 전통적인 한나라당 정서를 자극하며 박풍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같이 친박 후보들의 박풍 확산 전략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박풍 차단 전략이 맞서며 여타 후보는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 정책이나 이슈의 대결도 완전히 실종돼 정치 불신이 커지고 있다.

4일 오후 와룡공원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가 “듣고 보니 다 불쌍하네”라고 하자 옆에 선 할아버지는 “뭐라 카노.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점마들 다 우리보다 잘산데이. 다 지 잘될라 카는 거 아이가”라며 핀잔을 줬다.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바람몰이 선거, 대통령 선거와 다를 바 없는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 정치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정준표 교수 영남대·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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