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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교수 육아휴직 내고 총선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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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사범대 K교수는 지난달 한나라당 공천이 확정된 직후 ‘육아 휴직’ 사유로 휴직계를 제출했다. 사범대는 이를 반려했다. 하지만 공천을 받은 K교수는 휴직 처리 없이 강단을 떠나 지역구 선거운동에 나섰다. K교수 측은 “서울대 휴직 규정상 ‘선거운동’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범대는 급히 외부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맡겼다.

K교수가 당선되면 해당 전공 교수는 4년간 비게 된다. 학과별 교수 정원이 정해진 상태라 다른 교수를 채용할 수도 없다. 사범대의 한 교수는 “석·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대학원생들은 졸지에 지도 교수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범대는 K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했지만 K교수는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 출신으로 대구에 출마한 L후보는 이번 학기에 두 과목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달 26일부터 총선 준비에 나서면서 다른 강사가 대신 강의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총선 때까지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출마한 또 다른 교수 출신 J 후보는 학생들에게 휴강을 통보해 학생들이 학교 측에 항의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는 전국적으로 교수 출신 60여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교수들은 당선되면 장기 휴직에 들어간다.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11년째 휴직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윤건영(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통합민주당 안민석(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의원은 4년째 휴직 중이다.

대학사회가 관직과 국회에 진출하려는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교수의 합성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복직 제한 규정 만들자”=조국(법학) 교수 등 서울대 교수 81명은 6일 이장무 총장에게 교수들의 선거 출마 후 복직을 엄격히 제한하는 윤리 규정을 만들자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교수들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에 정당 후보로 나선 교수에겐 공천 신청 직후 휴직계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제안했다. 또 ^공천에 낙천하거나 선거에 낙선한 교수 ^당선돼 임기를 마친 교수는 복직을 희망할 때 소속 단대 및 대학본부의 인사위원회에서 복직 심사를 받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교수는 복직 심사 때 연구 업적과 향후 연구·교육 계획 제출을 의무화, ‘통과의례’에 그쳤던 복직 심사를 엄격히 하자는 것이다. 건의서에 서명한 김명환(영문학) 교수는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육아 휴직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지역구에서 당선되려면 오래전부터 작업을 해야 하는데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교수는 “교수들이 공천 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이 대학에서 떠나기 마련이므로 아무 제약 없이 바로 복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인성·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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