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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미얀마,후진경제 活路찾기 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고급 호텔과 쇼핑센터,교통체증을 유발하기에 이른 수입 승용차의 대열,그리고 밤을 밝히는 나이클럽의 간판들….
양곤을 찾은 사람들은 아시아 경제기적의 물결이 마침내 미얀마까지 도달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그러나 정부의 경제개발은 사회간접자본.관광.천연가스등에 한정되고 있다.경제개발의 성과는 극소수 계층만이 향유하고 있을 뿐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국민들은 경제발전을 갈망하고 있다.
미얀마의 군부통치기구인 「국가 법.질서 회복위원회」가 지난 10일 아웅산 수지의 연금을 해제한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군부는 수지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완화함으로써 외국의 원조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수지의 연금해제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그러나경제상황이 당장 좋아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것같다.
한 택시운전사는 『돈벌이는 소수의 특권층이 독차지하고 있다.
시내 요지의 상점은 모두 집권세력의 몫이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민주화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한 사람은 『정부 고위층을 끼지 않고 보통사람들이 사업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각종 규제와 공공연한 사례금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돈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미얀마에는 15개의 민간은행이 있지만 일반인에겐 사실상 돈을 꿔주지 않는다.대출이자가 연 17%로 묶여 있는데 반해 인플레율은 이보다 배 이상 높아 결국 손해보는장사이기 때문이다.사채(私債)시장의 실질 이자율은 월 7~10%나 된다.
관광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부 노동자의 임금은 최근 많이올랐다.건설노동자들의 경우 2~3배 뛰었다.그러나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백20~2백40달러선에서 계속 정체돼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미국 정부 보고서는 지난해 미얀마의 인플레율을 38%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값의 상승은 심각하다.지난해 식용유값이 60% 폭등했고 육류값은 32% 뛰었다.정부 공시 휘발유값은 지난 1월18자트에서 25자트로 인상됐지만 암시장 시세는 무려 1백80자트다. 외국인기업 노동자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통제 때문에임금이 크게 깎이는 고통을 받고 있다.미얀마 정부는 현재 자트환율을 달러당 6자트로 통제하고 있다.하지만 암달러시장의 실질환율은 무려 달러당 1백자트선이다.
환율체계가 엉망이다보니 무역업자들은 복잡한 물물교환을 강요받고 있다.환율 개혁을 위해선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의 지원이 필요하다.그러나 이들 기구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수지의 연금해제는 이에 대한 하나의 화답이다.
미얀마 군부의 수석 경제고문인 세트 마웅은 『수지의 연금해제를 계기로 외국의 경제지원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며 『지원이 재개되면 미얀마의 경제개발은 급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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