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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豊붕괴23일째 보상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가「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가 배상재원 마련을 놓고서로 떠넘기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서울시와 정부는 삼풍측의 재산처분이 늦어져 적정기일안에 배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선배상 후구상권행사」라는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배상의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서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가 삼풍백화점 일대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한점을 들어 국고에서 전액을 지원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는 또 『보유중인 예비비가 3백70억원에 불과한데다 시 예산으로 민간사고에 대한 배상을 실시할 법률적 근거가 없으나,정부는 재난관리법을 근거로 재해지역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므로 정부가 지원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 나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서울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대처해야 할 사안이므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지원은 「차입금등에 대한 보증」차원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일 중앙사고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서울시사고대책본부를 방문한 오명(吳明)건설교통부장관도 『지금까지 사고수습과정에서 서울시가 중심이 된 만큼 중앙정부는 앞으로도 혼선이 빚어지지 않는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 제하고 『서울시가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할 수 있도록 「보증」할 방침』이라며 배상재원 마련의 주체는 서울시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정부와 서울시가 선배상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은 총배상액과 삼풍백화점 순재산의 차액 때문.
현재 시는 유가족.실종자가족배상금및 부상자치료비와 배상금.재산피해를 본 입주업체의 배상금을 3천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그러나 삼풍측의 순재산은 1천6백억~1천7백억원에 불과해 이들 재산 모두를 처분해 배상하더라도 1천3백억~ 1천4백억원정도가 모자라게 된다.
때문에 배상재원 마련 주체가 되면 차후 구상권을 청구한다 하더라도 변제받을 길이 없는 1천3백억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지하철건설로 빚더미에 눌려 신음하고 있는데 또다시 빚을 진다면 재정이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된다』며최소한 배상액의 절반만이라도 정부가 지급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입장은 이와 사뭇 다르다.
중앙정부가 「특별재해지역선포권」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제쳐놓고 민간부문의 배상을 해줄 경우 선례가 돼 앞으로 모든 사고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며 공공기금을 활용한 간접지원은 가능하지만 직 접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풍사고 관련 배상재원마련 주체 결정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 한계를 설정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돼 귀추가 주목된다.
〈李哲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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