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수민족 우대법-폐지보다 보완으로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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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19일 여성및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법인「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폐지 보다는 보완』으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그동안 논란이 돼오던 클린턴 진영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했다.민주당의 전통적인 노선을 대변한 이번 결 정에 대해 민주당내에서는 물론 흑인이나 여성및 기타 인권그룹등 진보 성향의 계층들이 즉각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다.
소수계나 여성등에 대해 취업및 기업활동등에 일정 부분의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은 공화당이 96 대선(大選)을 앞두고 민주당 공략의 최고 호재로 삼고 있는 사안이다.공화당은 이 법의 폐지를 통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당하고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백인 화이트 칼라층의 지지를 최대로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워왔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과거 밝힌대로 어퍼머티브 액션은 민주당에 있어서는「판도라의 상자」다.즉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부담은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특히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선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州 같은 곳에서는 재선을 위한 지지획득을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보수적인 계층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남부도 비슷한 실정이다.일반 국민들의 여론도 클린턴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갤럽이 이달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한 다고 답한 사람이 50%인반면 소폭 개선 정도의 옹호 입장에 선 사람은 37%에 불과,여론의 향방이 폐지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열세에도 불구,클린턴이 유지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이 문제를 포함,공화당과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요 현안들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보다는 부담이 되더라도 확실한 반대 노선을 택함으로써 공화당과의 차별화를 기하겠다는 전략 으로 풀이된다.근래들어 그가 여성들의 인공유산권및 총기규제등에 옹호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클린턴은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가져다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앨 고어 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계속 검토를 지시하는등절충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또 이번 발표 내용을 두고『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나 자신의 신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든가,발표장소를 국립문서 보관소의 독립기념 선언문 전시대 앞으로 잡은 것등도 이 문제를 정쟁 차원으로 부각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을 견제하기위한 복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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