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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할 때 놓치면 아깝다는 인상 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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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10면

투자은행 ABN 암로 입사, 이한주씨
지난해 11월 세계 14위권의 투자은행 ABN 암로 싱가포르 지사에 취직한 이한주(28)씨. 그는 대원외고를 졸업했으나 영어권 어학연수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러나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외국계 은행 취업이라는 목표를 세워 뜻을 이뤘다. 국내 증권사도 좋지만 ‘큰물에서 놀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었다.

“큰물에서 놀고 싶다” 해외 취업 성공한 국내파 3人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에 나선 것은 2006년 하반기 UBS 서울사무소에서 인턴을 하면서다. 이때 금융자산관리사(FP) 자격증을 따고 토익 점수를 990점까지 끌어올렸다. ‘경력 1년’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회사는 이씨의 열정을 보고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는 현재 글로벌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금융기관과 싱가포르 내 한국 금융기관의 외화채권 관련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주된 임무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할 만큼 일이 힘들다. 그러나 그는 “금융시장의 동향에 역동적으로 반응하고,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신입사원도 한 명의 팀원으로서 비중 있는 일을 맡아 한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해마다 여름에 대학생을 상대로 10주간의 인턴 과정을 운영하는데 이 과정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이씨는 귀띔한다. 인턴을 하기 위해서 한두 시간씩 일곱 번 면접을 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자신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씨는 “회사에 대한 정보, 나의 장점, 업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잘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홈페이지에 직책별 업무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이씨는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싱가포르에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익숙한 사람에 대한 수요가 의외로 많다”면서 “외국 기업에 취직하면 다양한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로펌으로 직행한 이주희씨
영국계 로펌 링클레이터스(Linklaters’) 홍콩지사에 입사한 이주희(28)씨. 이씨는 올해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연수원생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로펌에 입사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3월에 근무를 시작한 햇병아리지만 꿈은 크다. “금융시장과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싶다.”

이씨는 연수원 2년차 때의 변호사 실무수습(3개월)을 이 회사에서 했다.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회사의 방침, 채용 계획 등을 살펴보고 메일을 보냈고 회사 측은 파트너 변호사를 한국에 보내 이씨를 면접한 후 인턴으로 일하도록 허가했다.

보통 인턴은 1년차 변호사의 주급과 같은 수당(3000달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코넬대·캘리포니아대·예일대 등 미국의 명문 로스쿨 2년차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씨는 수습기간 동안 채권발행 업무 3건, 기업 M&A 업무 2건, 기업상장 업무 1건을 처리했다.

상장회사, 상장회사의 법률대리인, 은행, 은행의 법률대리인과 수시로 전화회의를 하면서 법률적 문제를 처리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회의가 10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이씨는 “수습 기간이 성실함과 꼼꼼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인드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수습이 끝나기 3일 전 이씨는 정식으로 채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이 회사에 들어간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100년 전통의 링클레이터스에 소속된 변호사는 2500명이 넘는다. 그만큼 변호사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매출액 규모로는 클리퍼드 챈스(Clifford Chance)와 세계 1, 2위를 다툰다. 홍콩지사는 아시아 지역 지점들의 허브 역할을 하는데, 이씨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인도네시아·두바이 등의 사무소와 유기적으로 일하고 있다.

은행원인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3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경기여고-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씨는 “사법연수원 동기생 9명도 외국에서 변호사 실무수습을 했다”며 “앞으로 한국 변호사들의 활동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WHO서 일하는 조형석씨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입사한 조형석(29)씨. 그는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한국외대 세계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는 국제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회계사(AICPA) 자격증도 취득했다. 유엔에서 일하려면 제2 외국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프랑스어도 배웠다.

조씨는 유엔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JPO)로 뽑혀 1월부터 WHO에서 일하고 있다. JPO는 외교통상부가 선발해 유엔에 파견하며 나라마다 인원이 할당된다. 한국은 1996년부터 해마다 5명을 뽑는데 경쟁률은 30~40대 1이다. JPO는 준외교관 신분으로 기본급 4000만원 외에 지역 조정금, 주택 보조비 등을 포함해 1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파견 기간(1~2년)이 끝나면 해당 기구와 재계약을 한다. 80% 이상 계속 국제기구에 남아 일한다.

조씨는 JPO 지원에 필요한 경력을 쌓기 위해 2006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7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필요한 항공기를 구매하는 부서에서다. 무급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정규 직원보다 일찍 출근하며 일을 배웠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JPO 과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JPO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100점 만점 중 10점을 차지하는 영어토론이 난관이다. 6명의 후보가 40분간 토론한다. 조씨는 합격 통보를 받고 지원국과 지원 기구를 검토한 뒤 1지망을 WHO로 적었다.

그는 “유엔 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사이트(http://cafe.daum.net/unitednations)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 정기모임에서 JPO 선배들과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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