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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 CCTV 피해갈 수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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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04면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CCTV 관제센터. CCTV 372대를 운용 중인 이곳에서는 강남지역의 빌딩 주변과 교차로, 작은 골목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청 제공

내 이름은 CCTV.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V2 로켓’ 시험발사 과정을 중계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 뒤 미국의 핵 실험 장면을 지켜봤다. 영국에서 각광받았는데 아일랜드 무장조직인 IRA의 테러를 막기 위한 용도였다. 군사용으로 활용되다 민간에서 처음 쓰인 곳은 은행이었다.

20층 높이서 도로 위 사람이 피우는 담배 종류까지 확인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60년대 말로 기억된다. 중앙일보 지면에는 71년 10월 처음 등장했다. “CCTV를 이용한 교통정보센터가 가동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사는 “해가 지면 차량 수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헤드라이트 줄기에 따라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약점”이라고 적고 있다. 그때까지도 미국이나 일본 제품이 전부. 국내 업체에 의해 개발된 것은 84년 들어서다.

90년대 초·중반까지는 흑백 카메라가 주류였다. 90년대 후반 들어 컬러 카메라가 확산됐고, 야간과 지하 등 어두운 곳에서도 피사체 식별이 가능한 저조도 기술과 역광의 문제점을 보완한 광역역광보정 기술이 잇따라 적용됐다.

특히 줌인 기능이 강화됐다. 90년대 중반까지 6~8배에 그쳤으나 최근 400~500배 수준으로 향상됐다. 줌인 250배 정도면 20층 높이에서 도로 위에 있는 사람이 피우고 있는 담배의 종류를 알 수 있다. 또 별도의 케이블 없이 인터넷망 등 네트워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저장장치의 발전 역시 눈부시다. 과거엔 비디오테이프를 활용한 아날로그 비디오 녹화기(VCR)가 쓰였으나 2000년을 전후해 디지털 저장 방식이 개발됐다. 테이프를 갈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을 뿐 아니라 시간·날짜·상황별 장면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경기도 양주에서는 감시 카메라에 확성기를 단 ‘말하는 CCTV’가 등장해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를 지켜보기 어려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형 CCTV’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중앙대 시각 및 지능시스템 연구실 백준기 교수팀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선을 침범한 도로 위의 차량을 추적하는 ‘차량 월선 감지’ 시스템과 사람의 모습을 인식해 카메라가 자동으로 따라가는 ‘다중모드 자동객체 인식’ 시스템을 선보였다.

한국하니웰㈜ 김철한 상무는 “관공서·은행·공항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CCTV가 가격 하락으로 수퍼마켓과 골목에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침입 감지, 출입 통제 시스템과 통합된 ‘통합 보안 솔루션’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나, CCTV는 전국에 200만 개 이상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를 퍼져 나가게 만드는 것은 여러분의 불안과 불신. 이제 인공지능까지 갖추게 될 내 눈 앞에서 당신의 몸을 숨길 사각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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