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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이번엔 ‘부자 후보’ 악재 덮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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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02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월 5일 뉴욕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함께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욕 AP=연합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이 자신의 세금보고 내역을 4일 공개했다. 클린턴 부부는 2000~2007년 총 1억900만 달러(약 1060억원)를 벌어들여 미국 납세자 중 0.01%에 들어가는 고소득자라는 게 드러났다.

클린턴 부부 8년간 1억900만 달러 벌어 … 컨설팅 수입 등 논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의 수입은 대부분 9200만 달러에 달하는 강연료 및 인세 수입이었다. 빌 클린턴의 강연료는 회당 15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그 덕택에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1999년 클린턴 부부의 수입은 41만600달러였지만 지난해 2040만 달러에 달했다. 클린턴 부부는 8년간 3380만 달러(수입의 31%)의 세금을 냈으며 자선단체에 1025만 달러를 기부했다.

힐러리는 자신을 둘러싼 기록을 공개하라는 독촉에 시달려 왔다. 지난달 말에는 대통령 부인 활동 일정 기록을 공개했다. 이번 세금보고 공개로 클린턴기념도서관의 기부자 명단만 미공개로 남게 됐다.

수입 내역 공개와 관련해 힐러리는 소극적이었다. 처음에는 “민주당 후보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좀 더 일찍 하겠다” “4월 15일에 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지난주 세금보고 내역을 공개한 버락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를 압박했다. 미 대선에서 후보자의 세금보고 공개는 의무가 아니지만 1970년대부터 관례화됐다.

오바마는 3월 말 2000~2006년 소득을 공개했다. 오바마의 2006년 소득은 약 100만 달러였다. 15일에 세금보고 내역을 공개할 예정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도 지난해 소득이 25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래서 힐러리가 오바마나 매케인에 비해 ‘부자 후보’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빌 클린턴의 컨설팅 수입 부분이다. 그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론 버클로부터 2002년부터 총 1540만 달러에 달하는 고문료를 월급 형식으로 받았다. 그가 무슨 업무를 했는지 의혹이 제기된다. 그는 또 비노드 굽타가 운영하는 인포유에스에이로부터 290만 달러를 받았다. 일부 주주는 “빌 클린턴에 대한 고문료 지급과 90만 달러에 달하는 여행비 지급은 회사 돈을 낭비한 것”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클린턴 부부의 세금보고 공개는 힐러리에게 여전히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자 후보’ 논란에다 각종 의혹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오바마(1635명)보다 132명이 더 적은 1503명을 확보한 힐러리는 강력한 사퇴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지지자의 30%, 오바마 지지자의 20%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당 차원에서 후보를 조기에 결정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오바마는 지난달 40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해 2000만 달러를 모금한 힐러리에 두 배나 앞섰다. 오바마는 이를 바탕으로 22일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힐러리보다 네 배나 많은 돈을 광고 등에 쓰고 있다.
그 때문인지 힐러리가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지지율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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