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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趙淳시장의 위기관리 능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조순(趙淳)서울시장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지난1일 0시 현장에서 시장직을 인계받았다.趙시장은 그동안 20여차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25개병원에서 부상자 4백72명과 사망자 46명의가족을 위문했다.또 중앙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을 요 청하는 한편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실시 지시,국별 업무보고를 들은게 취임 20여일동안 한 일이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속에서 방대한 시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지휘,위기를 타개해나가는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자신이 현장을 완전히 장악,수습을 진두지휘하거나 강력히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해인명구조등 수습을 했어야 할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우왕좌왕했다.예컨대 『구조를 위해 중장비를 동원,신속히 붕괴된 잔해를 제거하라』거나 『생존자가 다칠 우려가 있으니손작업으로 하라』거나 양단간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趙시장은 그러지 못했다.최명석(崔明錫)군이 살아나자 그때까지의 시신발굴위주 작업에서 구조위주로 방향을 바꾼 것같은것이 그 예다.시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데 시청직원들이나중에 책임이 돌아올지도 모를 조치를 취할리가 없다.현장의 시청직원들은 복지부동 자세로 인명구조및 수습작업을 모두 자원봉사자와 민간기업.119구조대에 맡겼다.
본청과 사고현장등 두곳에 설치된 사고대책본부도 양쪽간의 정확한 업무분담및 협조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제구실을 못했다.양쪽에서 신고받는 바람에 실종자 숫자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혼선을 빚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서울시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됐다면 趙시장은 강력히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정부주도로 사고가 수습되도록 밀어붙여야 했다.그러나 趙시장에게는 그같은 추진력이 보이지 않았다.
趙시장이 시조직과 업무를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는 용납이 안된다.과거 관선시장들이 적어도 위기관리에는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을 趙시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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