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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의 히말라야 등정 파트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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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39면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나의 대답은 타이어다. 엔진의 높은 출력도 바퀴가 굴러야 움직인다. 활동적인 사람 또한 신발의 중요성을 흘려버리지 않는다. 신발이 땅을 디딜 때 비로소 걷거나 뛰고 멈춰 선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야기-트렉스타 등산화

신발도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진화의 방향은 새로운 소재의 활용이다.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신발은 점차 기능성 첨단 신소재를 채택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신발 매장에 들르면 달라진 시대의 트렌드가 한눈에 보인다. 신소재의 특성과 인간공학, 기능과 디자인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신발의 현재는 눈이 핑핑 돌 만큼 어지럽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의 용도를 고려한 여러 종류의 신발이 필요하다. 잦은 여행과 야외 촬영이 많으므로 가볍게 신을 수 있는 트레킹화나 경등산화에 눈이 가게 된다. 움직인 거리와 횟수만큼 국내외 여러 브랜드 제품을 두루 신어 보았다.

브랜드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이젠 못 봐줄 만큼의 조악한 물건은 없다. 품질의 평준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마케팅 능력에 따라 많은 사람의 선호도가 갈릴 뿐이다. 미국과 유럽의 몇 제품이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 많이 팔린다.

난 국산 브랜드인 트렉스타(Treksta)의 트레킹화와 경등산화를 자주 신는다. 외국산에 비해 기능과 품질이 뛰어나고 착하기까지 한 가격의 이점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서양인의 족형과 다른 우리 체구에 맞춘 기본 설계와 고어텍스의 쾌적함이 돋보인다. 더불어 신발 제조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부산 토종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신뢰는 덤으로 따라온다.

무릇 모든 물건은 경쟁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 한때 부산 지역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유명 브랜드 신발 생산을 거의 독점했다. 수많은 업체의 경쟁과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은 필수다. 기술 축적과 선진기법의 도입으로 국제적 안목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된다.

추상적 감각은 절대가치를 추구한다. 애매해 판별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고도의 민감성을 발휘하게 되는 이유다. 반면 실체적 감각은 호불호의 상대가치로 쉽게 구분된다. 기능성 신발은 후자에 해당될 것이다. 난 실용의 목적으로 고르는 물건은 철저하게 합리의 관점으로 파악한다.

외국산 브랜드의 턱없는 가격에 놀라곤 한다. 이들 제품 또한 거의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어차피 똑같은 ‘메이드 인 차이나’를 ‘이름값’까지 뒤집어쓰며 구입할 의사는 없다. 독창성이 없는 물건의 가치는 반감되는 까닭이다.

내가 좋아하는 등반가 엄홍길이 8000m 이상 고봉 등정 시 신었던 트렉스타다. 무수히 넘나들었을지 모르는 사선의 경계에서 목숨을 지켜주었을 것이다. 신발은 생명이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야기’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매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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