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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게 맛을 알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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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봄빛이 무르익는 요즘은 꽃게ㆍ대게ㆍ농게ㆍ달랑게 등 바닷게의 제철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 맛과 영양이 절정을 이룬다. 이달부터 서해 연평도 어민들은 본격적인 꽃게잡이를 시작한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에선 11일부터 대게축제가 열린다.

‘횡행공자(橫行公子ㆍ옆으로 걷는다는 뜻)’로도 불리는 게는 단맛과 감칠맛이 그만이다. 특히 부드럽고 탱탱하면서 실처럼 가늘게 갈라지는 살과 달콤한 육즙은 맛이 기막히다. ‘게장은 밥도둑’이란 말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진나라 시인 필탁은 “오른손에 술잔, 왼손에 게 발을 들고 술 연못에 배를 띄우고 싶다”고 예찬했다. 그러나 단단한 껍질 탓에 기품 있게 먹기는 힘든 음식이다. “게장은 사돈하곤 못 먹는다”는 말까지 있다.

게살은 저지방ㆍ고단백질 식품이다. 대표적인 영양소는 비타민 B12다. 조리한 게살 85g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 B12 요구량의 2.5배를 섭취할 수 있다. 이 비타민은 악성빈혈 예방과 신경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다. 부족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며 손발이 저리고 우울해진다.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어 채식주의자는 반드시 따로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이기도 하다.

게살은 빈혈이 있는 젊은 여성이나 임산부에게 추천된다. 엽산(빈혈 예방, 성장 촉진, 기형 예방)과 철분(빈혈 예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술꾼에게도 권할 만하다.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나이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과 간 건강을 돕는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넉넉히 들어 있어서다.

미각 장애를 막는 데도 유용하다. 아연이 풍부한 덕분이다. 아연이 결핍되면 음식의 맛을 잘 못 느끼게 되고 성장이나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데, 게살 100g엔 하루에 필요한 아연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아연 함량이 어패류 중에선 굴 다음으로 많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지만(85g당 85㎎)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 질환자에게 콜레스테롤보다 더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등어ㆍ참치ㆍ정어리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이 든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한 것도 게살의 또 다른 매력. 오메가-3 지방은 혈액 응고를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귀여운’ 지방이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삶은 것 기준으로 100g당 꽃게 102㎉, 영덕대게 69㎉, 왕게 80㎉다. 게다가 게살엔 지방의 분해를 돕는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하다. 참고로 민물게인 참게의 열량은 바닷게의 두 배에 가깝다(삶은 것 100g당 175㎉).
게살은 소화도 잘된다. 그래서 “꽃게 먹고 체한 사람 못 봤다”는 옛말도 있다.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권장되는 이유다.

게의 껍질을 떼어내면 속에 서양인이 ‘겨자’라고 부르는 ‘게 버터’가 들어 있다. 이 부위는 사람의 간과 비슷하게 해독작용을 하는 장기다. 하지만 “이 부위에 PCB 등 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것이라면 버리는 게 안전하다”고 충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게살은 생선살보다 상하기 쉽다. 살아 있는 게를 사 바로 요리하는 것이 최선이며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2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게를 구입할 때는 살이 눈처럼 희고 냄새가 신선하며 중량감이 있는 것을 고른다. 생선 비린내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은 피한다. 냉동 게의 껍데기가 끈적거리거나 삶은 게의 중심 부위가 검은 것도 기피 대상이다.

게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론 마늘이 꼽힌다. 마늘의 항균 성분이 식중독균과 부패균을 죽인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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