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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하이테크 獨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컴퓨터산업계에 「무어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인텔의 공동 창업자의 한사람이자 지금도 회장을 맡고 있는 고든 무어가 65년에 이름한 법칙이다.「컴퓨터 칩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배로 증가한다」는 예단(豫斷)이다.75년 무어는 18개월 에서 매 2년으로 자신의 법칙을 약간 수정했다.그러나 286에서 386,486,그리고 펜티엄칩에 이르는 속도의 「제곱행진」은 현실로 뒷받침 받았다.새로운 칩은 얼마 못가 또 다른 새로운 칩에 잡아먹힌다.제것을 삼키는 「잡아먹기 원칙 」(Cannibal Principle)으로도 불린다.컴퓨터산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이들 속성때문이다.
독과점은 흔히 「현상유지에 안주하며 경쟁을 배제하고 독점적 이윤을 누리는 행위」로 규정된다.이같은 「정적(靜的)」인 독점은 오늘의 하이테크산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기술의 플랫폼부터가쉴새없이 바뀌기 때문이다.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표적은 맞히기가더욱 어렵다.산업의 표준을 부단히 창출하며 네트워크와 시스템으로 주변을 얽어매는 현대판 독점이 여기에서 등장한다.「록펠러적독점」對 「빌 게이츠적 독점」으로 비유되기도 한다.전세계 2억2백여만개의 PC 가운데 80% 이상은 인텔의 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운용시스템)가 움직인다.
PC는 운영시스템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운용시스템 또한 응용프로그램이 없으면 쓸모가 한정된다.어느 기업이 시스템의 한 부문을 장악하면 독점은 저절로 확대된다.네트워크와 시스템은 공통의 표준을 필요로 한다.공통의 표준이 없으면 사용 자들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또한 호환성이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일단 표준으로 인정받으면 시장에서 영향력은 갈수록 커진다.정보통신시스템이나 컴퓨터 네트워크는 「규모의 경제」를 요한다.이용하는 가입자가 많을수록 시장성도,효율도 보장된다.「클수록 좋다」는 속성이 독점을 향해 치닫는다.컴퓨터 칩 메이커가일반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그러나 인텔은 컴퓨터 본체 앞에 인텔 칩이 속에 들어있다는 뜻의 「인텔 인사이드」라는 기발한 로고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복점(複占)은 15년째 지속중이다.이들의 독점적 횡포와 폐해에 동업자들의 진정이 쏟아지고 독점규제당국 또한 눈을 거듭 부라리고있지만 독점을 규제하는 종래의 잣대로 저울질이 어려운 점이 문제다.섣부른 규제보 다는 시장기능에 맡겨두고 지켜보자는 쪽이 대세다.기술의 급변으로 오늘의 무서운 아이들이 이들에 맞설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곁들인다.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올챙이 시절이 그랬다.
두 회사간의 긴장관계도 주목거리다.마이크로소프트의 현행 운용프로그램으로는 인텔 칩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인텔측은 안달이다.멀티미디어 능력을 갖춘 표준디자인 칩을 직접개발한다는 으름장도 나돈다.
두 공룡간의 맞대결이라기보다는 나눠먹는 몫을 키우려는 서로간의 「채찍질」이라는 것이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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