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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難 "납품가 올려달라"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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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에 주물 부품을 납품하는 부산의 BM금속은 고철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70% 선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 서병문 사장은 "고철 값이 오르고 품귀 현상까지 겹쳐치면서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직원들의 휴무 시간이 늘고 있다"며 "자동차 회사가 납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납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난이 계속되면서 산업현장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건설.전자산업 분야의 하청업체는 납품가 인상 없이는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며 조업을 중단하는 등 실력행사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청업체들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납품가를 인상하면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주물공업협회 허만형 이사는 "자동차업체가 이달 말까지 납품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지 않으면 납품 중단 등의 실력 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하청업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소비자가격 인상이나 수출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회사 측은 주물 부품가를 현재 가격보다 ㎏당 101원 정도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인 데 반해 주물공업협회 측은 2002년 이후 고철가가 ㎏당 200원가량 올랐다며 추가로 20% 이상을 올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도 폭등한 철근 가격 등을 놓고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철근 가격(10㎜ 기준)은 지난해까지 t당 40만7천원이었으나 올 들어 세차례나 가격이 인상돼 최근엔 t당 53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인천의 S산업 관계자는 "철근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하청업체 중에는 수익성 악화로 부도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며 "도급계약액을 철근 가격 상승분만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급공사를 발주하는 조달청이나 하청업체에 전문공사를 맡기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구매 담당자는 "하청업체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시행사와 한 공사비 계약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아파트나 빌딩 공사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도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차전지나 PCB.전해콘덴서 업계의 경우 원자재 가격 폭등세로 부품업체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원청업체들은 오히려 수출가격 경쟁력을 위해 납품단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장정훈.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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