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수사종결 의미-진상규명 노력에도 검찰 책임회피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이 12.12와 5.18을 거쳐 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의집권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를 「정치적 변혁」이라는 용어를 사용,쿠데타로 인정함으로써 우리 현대사의 한 과정에 매듭이 지어졌다. 따라서 검찰의 5.18고소.고발사건 수사과정및 실체규명,처리결과등에 문제점이 없지 않으나 사태를 쿠데타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함께 검찰이 수사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상당부분확인하고 법률적 성격과 의미를 부여한 것은 훗날 사가(史家)들에게 귀중한 사초(史草)를 제공해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는 검찰에 부여된 의무에 대한 책임회피또는 무책임한 결정이고,자칫 쿠데타를 옹호.조장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는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검찰수사 발표문에서 보듯 당시 사태중 몇몇 부분에 대해 신군부 인사들에대한 실정법위반 혐의가 명백하게 드러난이상 그들의 혐의를 인정한뒤 사법처리방식을 결정하는게 통상적인 사법처리 수순이기 때문이다.재야 법조인들은 사태의 전말속에 혐의를 녹여두고 과거 헌법학자들의 이론을 동원,「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린 것은 당당하지 못한 편법 사법처리라고 말하고 있다.최소한 혐의를 인정한뒤 기소유예 처리하는 것이 논리의 일관성이나 모양상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같은 편법처리로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물론「발포책임」「양민학살」등 몇몇 사안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사실을 확인한 점은 이번 수사의 성과임에는 틀림없다.하지만 최규하 (崔圭夏)前대통령의 증언이 이뤄지지 않아 하야과정.국보위설치와 국회해산등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과 입장이 밝혀지지 않았다.또 이른바 K-공작계획과 남침위기설조장,5.18기간중 全.盧씨의 광주체류 여부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앞으로 정치.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일찌감치 수사를 마무리 지어놓고 지방선거 이후로 발표시기를 늦춘 것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 처리를 놓고 고심하면서 찾아낸 묘수가 법학자들의 통치행위이론이다.그러나 이 이론에 기대어「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린 것은 법치주의 확립의무를 도외시한채 검찰의 한계를드러낸 것이고 시대착오적 적용및 해석이라는 비난 을 면키 어렵다. 유신시대 몇몇 법학자가 국내에 도입한 이 이론은 18세기혁명시대 법학자인 켈젠,옐리네크등이 사실의 규범력설에 기초한 것으로 법치주의가 자리잡힌 현대국가에 이를 적용하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검찰의 수사결론에 대 해 고소.
고발인들이 항고.재항고.헌법소원등 불복절차를 밟을 것이 확실하지만 내란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공소시효 만료일이 최규하前대통령이 하야한지 15년이 되는 다음달 16일이어서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金佑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