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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性생활-"미국의 性" 로버트 마이클共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미국인과 러시아인의 性생활을 각각 소상히 밝힌 책이 미국에서거의 동시출간돼 화제다.시카고大의 로버트 마이클교수등 4명이 공동으로 쓴 『미국의 성(Sex in America)』(리틀 브라운刊)과 러시아 인류학자인 이고르 콘의 『러 시아의 성혁명(The Sexual Revolution in Russia)』(프리 프레스刊)이 그들.
『미국의 성』은 지난 40년대 앨프리드 킨지의 성보고서가 발표된 이래 처음으로 미국인의 성생활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는점에서,『러시아의 성혁명』은 볼셰비키 혁명이후 70여년만에 최초로 발표되는 러시아 성연구서라는 점에서 큰 의 미를 지닌다.
두 책 모두 첫경험시기.자위행위.오럴섹스.동성애.임신.낙태.
성폭행.동거생활.성병등 일반인들의 성행태는 물론 섹스관의 변화상과 성지식까지 언급하고 있다.
먼저 시카고大의 여론조사센터 요원 2백20명이 과학적으로 선정된 설문대상 3천4백32명을 7개월에 걸쳐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한 『미국의 성』을 보면 킨지보고서나 플레이보이紙 등에서 얻어지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인들의 성생활은 할리우드 영화등에서 접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보수적이고 부부간의 신의에도 충실했다.섹스파트너 수를 보면 미국인의 과반수가 조사연도인 92년에 한 명을 두었거나 전혀 두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처음 만나 관계를 갖기까지의 기간에서도 1개월 미만이 25%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섹스 횟수도 크게 낮았다.30대 남자의 경우 1개월에 2~3회 37%,1주일에 2~3회 33%,1주일에 4회이상 6%로 분석됐다.
또 성만족도에 있어서도 부부간의 성관계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성행태에 있어서도 야한 형태보다는 정상적인 성행위를 더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남자와 여자에 따라 섹스관.취향등이 두드러지게다르다는 점이다.남성들은 성행위 자체에 관심을 두는 반면 여성들은 낭만적인 사랑이나 서로간의 애착을 더 중요시하고 있었다.
게이들의 수치도 게이 인권운동기관이 주장하는 10%보다 크게낮은 3%정도에 그치고 있다.
저자들은 이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섹스의 「신비화」가일반인들의 성적 불안정과 불만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섹스의신비화는 부정확한 정보와 선정성을 쫓는 언론매체들의 왜곡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성혁명』에는 공산권 붕괴후 성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섹스자유화 물결이 일고 있는 러시아 성문제의 혼란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러시아에서도 TV.서적.신문등에서 포르노나 매춘부 이야기등을 아무 거리낌없이 싣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섹스 문제만은 터부시됐다.
이 책에 따르면 소비에트 통치의 역사는 성억압의 역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시대에 따라 성억압을 위해 내세운 명분만 달랐을 뿐이다.1920년대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완성이라는 이름으로,30년대에는 소련 공산당의 이익을 위한 자기극 복 훈련이라는 미명으로,50년대는 결혼과 가정의 안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성 억압을 받았다.명분이야 시대에 따라 변했어도 실질적인 메시지는 「섹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그 때문에 에로틱문화는 물론이고 섹스이야기조차도 지하로 숨어 버리는 바람에 성문화의 정상적인 발전이 불가능했다.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섹스 자유화는 혼전섹스 성행,강간 급증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 92년 러시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로부터 성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3%에 지나지 않았다.성교육이 거의 전무하다보니 여성들의 낙태경험도 평생에 평균 5회정도로 미국보다 6.5배,영 국보다 13배나 높았다.
『섹스파트너가 50명이나 된다』는 23세된러시아 여성의 대답만 봐도 러시아인들의 성생활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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