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崔明錫군기적뒤엔 일가친척 정성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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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저씨,아드님 이름이 최명석이라고 했죠.살아있어요.지금 구조되고 있다고요.』 한 구조대원이 달려와 외쳤다.삼풍백화점앞 주유소옆에 돗자리를 깔고 차려놓은 임시 거처에서 실의에 빠져 쓰러져있던 아버지 최봉열(崔俸烈.52.웅진코웨이지부장)씨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순간 崔씨는 두손을 마주잡고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감사합니다.』 「지성이면 감천」-.9일오전 온국민의환호속에 이뤄진 최명석군의 기적의 생환 뒤에는 일가친척의 정성(精誠)이 있었다.
아버지 崔씨는 29일 오후 삼풍백화점 붕괴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고 제지하는 경찰을 뚫고 무작정 지하로 내려갔다.
생지옥-.『내아들이 저속에 있다.얘야 제발 살아만다오.』 崔씨는 곧바로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서초구 자원봉사대원으로 등록한 뒤 무너진 건물더미 속으로 아들을 찾아나섰다.
부인 전인자(錢仁子.50)씨와 지방으로 시집간 딸 은진(25)씨부부,전국에 흩어져 살던 崔씨의 6남1녀 형제들도 가족들과함께 모두 현장으로 달려왔다.
사고 이틀뒤인 1일에는 경남창원에서 현대정공 용접기술자로 있는 외삼촌 전충갑(49)씨등 외삼촌 3명도 달려와 가족구조팀은20명으로 불어났다.
명석군의 아버지와 삼촌.외삼촌들은 이때부터 11일간 B동 지하1,2층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구조대에 삽과 절단기등 필요한연장을 날라주면서 『실종자중 최명석의 소식을 못들었느냐』고 묻고 다녔다.
아버지 崔씨는 1일 미화원 24명이 구조되는 현장에 있었다.
그는 『미화원들처럼 내 아들도 살아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 하루전날인 8일밤,장대같은 폭우가 쏟아졌고 붕괴위험 때문에 구조대원들이 모두 철수했다.
실의에 찬 아버지 崔씨는 주위의 만류를 뚫고 붕괴된 지하건물로 내려갔다.
『명석아 어디 있니.살아있으면 대답하라』고 몸부림치기도 했다. 〈李炯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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