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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배상법 형평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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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무 중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찰관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2일 경찰 출신의 이인기(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8명이 발의한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공무를 수행하다 순직 또는 부상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경찰관은 공무원연금법에 규정된 유족보상금만 받을 수 있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없다. 이중배상을 금지한 국가배상법에 따른 것이다.

◆ 일반 공무원과 형평성 문제=지난해 3월 국철 서울 한남역 구내 철로에서 현장검증을 하던 서울 용산경찰서 홍모(당시 33세) 경사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역무원의 실수 등이 겹쳐 발생한 사고였다. 유족은 홍 경사 월급의 36배에 해당하는 유족보상금 5500만원을 받았다.

홍 경사가 경찰관이 아닌 비슷한 직급의 일반 공무원이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호프만식 계산법(사건 발생 당시의 평균임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정년까지의 수입을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2억여원가량 배상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 경사 유족은 국가(철도청 등)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1996년 순찰 도중 차량사고로 조수석에 있다 숨진 임모 경장도 2500만원의 유족보상금만 받고 차량의 보험사에서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이중배상을 금지한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보험사 약관은 경찰 장비 안에서 사망했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찰 "현실 무시한 법"=경찰은 유족 보상금을 현실화하거나 국가배상 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배상법은 1967년 베트남 전쟁 이후 전사.부상 군인들의 배상청구가 폭주할 것에 대비,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며 "경찰관에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밝혔다. 소방 공무원의 경우 소방 장비 등에 하자가 있어 순직.부상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한 해 평균 순직하는 경찰은 30여 명, 공상을 입는 경찰은 1100명 정도다. 권영성 한림대 석좌교수는 "국가배상 청구권은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현행 국가배상법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헌법(29조)에 이중배상 금지 원칙이 명문화돼 있는 만큼 개정안은 헌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23일자 12면 '국가배상법 형평성 논란' 기사 중 권영성 교수는 명지대가 아닌 한림대 석좌교수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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