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이바뀌고있다>中.정치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금년 7~9월이 김정일(金正日)에게 가장 중대한 시기다.
7차당대회 개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식량난을 해결해야하고,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 조정이라는 굵직한 외교현안을 안고 있다.또 쌀문제로 재개된 남북당국간 접촉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정책 현안이 이 시기에 몰려있다.
북한이 권력 과도기를 무사히 넘기고 정치안정기로 들어설 것이냐,위기 속으로 내몰릴 것이냐의 향방은 3개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7차당대회 개최가 중요하다.
당대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당중앙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소식통들은『원로들의 전면 은퇴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하부단위나 지방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지만 당중앙위는 혁명위업 계승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원로들을 그대로 둔채신진인물을 중앙위에 대폭 진입시키는 老.壯.靑의 배합이 이뤄질것이란 전망이다.
당대회에서는 6차당대회 이후 15년간의 정치.경제를 총결산하는「사업총화보고」가 발표될 예정이다.
보고는 또 이른바 주체혁명의 계승을 강조하는 김정일의 추대 논리로 가득찰 것이다.최근 북한의 정치노선으로 보아 노동당의 유일지도체제를 강조하고 정치적 다원주의(다당제)는 단호히 거부할 게 분명하다.
보고는 15년간의 경제성과를 강조하면서 경제중점의 큰 테두리만 제시하는데 그칠 전망이다.김일성(金日成)의 유훈(遺訓)을 강조하면서 농업.경공업.무역제일주의 방침을 계승하는 제한적 「북한식」개혁.개방을 택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경제실적 평가나 구체적인 경제부문별 계획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될 국가주석의 「시정연설」로 넘어갈 전망이다. 김정일 추대사업과 관련,선전활동이 두드러지는데 조선혁명박물관 새 전시실의 김정일 업적 부각선전물들이 각급 기관.기업소.
공장.농장 등의 혁명역사연구실에도 전시되고 있음이 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15년간 김일성의 지도아래 김정일이 모든 정책을 결정.
집행한 통치자였음을 부각시키고 당조직.사상.군사.경제.과학.문화예술등 여러 부문에서 업적을 많이 쌓았다는 선전으로 일관하고있는 것이다.김정일이 김일성의 사상과 지도자 풍 모를 계승하고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김정일이 당총비서에 취임할 이번 당대회에 외국지도자들을 초청할지는 불투명하다.비중있는 외국지도자들 초청이 여의치 않은데다노동당 내부사정을 외부에 공개할 것인지도 미지수여서 6차당대회때보다 조촐한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0월10일의 당창건 50주년행사에는 중국을 비롯한 몇몇 사회주의 정당을 축하사절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할지가 주목된다.노동당의 판단에 달려있다.
한편 김정일이 국가주석 취임을 늦출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수렁에 빠진 경제난과 대외.대남관계의 조정 필요성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94년부터 시작된 조정기의 경제방침은 「혁명적 경제전략」으로알려져있다.그 내용은 농업.경공업.무역제일주의를 관철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극심한 식량난에 빠져있고 무역발전 속도도 완만해어느것 하나 제대로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재건 방법은 결국 외부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즉 미국과의 연락사무소 설치,일본과의 수교협상,나진-선봉지구 투자유입및 식량부족 해결 등이 긴요한 것이다.
여러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 경제계획을 확정해 경제재건에나서지 않으면 회생불능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정책 전환점에 서있는 것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선거를 내년 3월께 치르고 그뒤 제10기 1차회의를 소집해 이 자리에서김정일 국가주석 취임식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주석취임이 언제 이뤄지든 김정일이 「시정연설」에서 과연 정치우선주의에서 일부 후퇴,경제재건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