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수사회 경쟁풍토 더 확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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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서울대가 정년보장 심사에서 교수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심사를 신청한 부교수 39명 가운데 26%인 10명이 정년보장을 받지 못했다. 서울대 본부의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단과대 심사에서 탈락한 비율도 최근 5년간 1%를 넘지 못했다. 그간 정년보장 심사가 형식에 그쳤다는 얘기다. 파격적인 이번 결정을 두고 서울대 역사상 최대 ‘사건’이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가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한 것은 교수사회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교수 경쟁력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유명대 한국인 교수 등 외부인을 심사에 참여시켜 글로벌 잣대를 들이댄 것도 그래서다. 우리 대학사회의 병폐였던 재직연수 우선주의도 버렸다. 이번에 30대 조교수 4명이 뛰어난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한 것도 오로지 실력만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다.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지난달 KAIST의 교수 6명 재임용 탈락 조치에 이어 교수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고 본다. 교수들로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쟁에서 뒤지면 도태된다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학 경쟁력을 위해 교수사회의 경쟁풍토는 불가피하다. 온정주의가 여전히 교수사회를 지배해선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 교수들은 한번 교수면 평생 교수라는 안이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대학도 교수 승진이나 정년보장 심사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서울대의 이번 조치가 교수사회 변화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