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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지옥에서 꽃핀 우정 2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해진언니는 어디….』 31시간30분동안 잿더미속에 짓눌려있다 구출된 박선미(朴善美.23.서울동작구사당5동)씨는 병원응급실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도 친언니처럼 따랐던 임해진(林海眞.
25.경기도성남시분당구야탑동)씨 이름만 되뇌었다.
탈진한 상태에서도 朴씨의 눈빛은 林씨의 구조를 바라는 간절한소망으로 가득했다.그 덕분인지 林씨도 朴씨구출 1시간30분뒤인1일 오전3시쯤 무사히 구출됐다.
두사람은 국립의료원 병상에 나란히 누워「지옥여행」뒤의 뜨거운재회를 했다.
『갇혀있는 동안 고통을 견디다 못해 옆에 있는 돌로 상대방 손목의 동맥을 끊어 동반자살하려고까지 마음먹었어요.하지만 간간이 들리는 구조대원의 소리에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어려운 순간을 넘겼어요.』 사지(死地)에서 환생한 두 사람은 와르르 무너져내린 5층건물 속에 갇혀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林씨의 엉덩이뼈 일부 골절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었다.
사고발생 당시 두사람은 1층 ㈜유로통상의 바바리 여성정장 매장에 같이 근무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고장나는 바람에 손님이 없어 잡담을 나누다 복도와 에스컬레이터에서 『무너진다』는 외침을 듣고 서로 손을 잡고 정문쪽으로 달리다 폭풍에 날려 정신을 잃었다.
한참후 깨어보니 朴씨는 등과 목을 콘크리트더미에 짓눌리고 새우처럼 구부러진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고,다리조차 오므라진 채펼 수 없었다.
林씨도 내려앉은 천장에 눌린 몸을 움직이지 못했고 뒤틀려 올라온 대리석 모서리에 엉덩이가 찔려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행히 두사람의 손은 닿을 수 있었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서로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는 짓눌리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했다.
『곁에 매몰된 사람들과 함께 박자를 맞춰 살려달라고 수백번은외쳤어요.구조되기 직전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고래고래 소리를질러댔어요.근처에 갇혀있는 두세사람을 빨리 좀 구해주세요.』 두 사람은 사고직전 먹고싶은 것을 참고 지나친 자판기의 식혜를생각하며 가족들이 가져온 식혜를 한모금씩 마시고는 응급실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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