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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마케팅’ 먹히는 영남 … 한나라·무소속 엎치락뒤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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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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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과 호남은 각각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오랜 아성이었다.

양당은 그곳에서 힘을 키워 집권한 경험이 있다. 야당 시절을 버텨 낸 것도 그곳이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영남과 호남이 두 당에 늘 선선했던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론 도전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두 당은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대가 아이러니하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김대중 (DJ)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맞서야 한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를 파는 상대 후보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태풍인가 미풍인가=영남은 모두 68석이다. 수도권(111석) 다음으로 큰 권역이다. 10년 야당 시절 한나라당이 제1당 또는 제2당으로 지낼 수 있었던 건 영남의 의석수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과반을 꿈꿀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단히 유동적인 상황”이라 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에 반발, 당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친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모습도 지역 유권자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관리인이 피살된 것도 변수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리서치 조재목 대표는 “무소속 후보들의 친박 마케팅이 현재까지 먹혀들고 있는 구조”라며 “유권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 후보인 박 전 대표, 친박 후보, 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인지 부조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혼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투표 당일 ‘그래도 한나라당’이라고 여길지, 또는 여전히 부조화 상태로 있을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무성(부산 남을)·유기준(부산 서)·홍사덕(대구 서)·김태환(구미을) 등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의 후보들은 실제 ‘박근혜 마케팅’을 선거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10년(PK의 경우) 또는 15년(TK의 경우) 만의 집권 여당이 됐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려 한다. 대구시당이 27일 오전 대구 공군기지(K2) 이전을 비롯한 11개 지역 선거 공약을 발표한 게 그 맥락이다. 대구시당 선대위원장인 이명규 후보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힘 있는 여당,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로선 영남 10여 곳이 접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김홍업 생환할까=호남권은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17대 총선 때 또는 지난해 대선 때와 달리 갈라섰던 세력이 민주당으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목포대 우성대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이명박 정부에 맞설) 견제 세력을 육성하느냐가 현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위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31곳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서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막을 견제 세력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것과 민주당이 확실한 견제 세력이 될 것이란 확신을 심어 주는 게 관건”이라며 “호남 지역에선 28곳이 안정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포와 무안-신안, 광주 남·북갑은 예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DJ의 측근인 ‘구동교동계’가 뛰는 곳이다. 공천에서 배제됐거나 탈락한 인사들이다.

목포의 경우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후보가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DJ의 아들인 김홍업 후보도 무안-신안에서 역시 민주당의 황호순 후보와 맞붙었다. 지난해 4월 보선 때처럼 아들을 위해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움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광주 북갑에서 뛴다.

이들은 호남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DJ에 여전히 의지하고 있다. 박지원 후보는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이 김대중 대통령과 박지원에게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DJ도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 줄 필요가 있다”며 간접 지원한 상태다. 호남에선 이번 선거가 DJ의 영향력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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