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르코지는 없고 브루니만 보이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27일 윈저성 만찬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윈저 A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으로 12년 만에 영국을 국빈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축구장 정상회담’을 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홈구장인 런던 에미리트 경기장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아스널에서는 프랑스인 감독인 아르센 웽거를 비롯, 프랑스 축구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어 영국과 프랑스의 우호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두 정상은 이곳에서 영국이 추진 중인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양국의 협력을 약속하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 연설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지금처럼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며 “양국이 오랜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미래를 함께 건설해 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또 “다음 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서 프랑스군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6일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런던 외곽의 윈저성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는 등 사르코지 부부는 영국에서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하지만 영국 언론의 관심은 온통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에게만 쏠리고 있다. 사르코지는 뒷전이다. 세계 20위 안에 드는 톱 모델 출신의 영부인이자 영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유명인의 사생활을 즐겨 다루는 타블로이드지에서였다. 모델로 활약하던 시절 무대 위 모습과 비키니를 입고 있는 브루니의 사진이 잇따라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누드 사진까지 나왔다. 데일리 메일은 “브루니를 두고 재키를 닮았다느니 오드리 헵번 같다느니 하며 영국 공무원들이 입씨름을 한다”고 소개했다.

25일부터는 종합일간지도 가세했다. 더 타임스와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1면에 브루니의 사진을 싣고 그에 대한 소개와 분석 기사까지 실었다. 텔레그래프는 ‘카를라 브루니는 제2의 다이애나비?’라는 기사에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키 케네디 이래 영국인을 이렇게 열광시킨 퍼스트레이디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브루니의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매너를 높이 평가했다.

브루니는 이미 영국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비틀스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그룹인 롤링 스톤스의 리드 싱어 믹 재거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루니가 유럽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자 천적으로까지 표현되는 영국과 프랑스의 해빙 무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 지구촌 국제뉴스 - CNN한글뉴스 & Live Radio AP월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