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자율화 첫날 … 공짜폰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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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짜폰 있습니다. 구경하세요.”

8년 만에 보조금 규제가 사라진 첫날인 27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크게 다름이 없었다. 전날 저녁까지 내건 ‘보조금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는 광고 문구만 ‘의무약정 도입되기 전에 장만하라’는 내용으로 바뀐 정도였다. M정보통신의 김주영(36) 팀장은 “이동통신 업체들의 지침은 새로운 판매전략이 확정될 때까지 종전 조건대로 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액정이 깨져 새 제품을 사러 왔다는 김명진(33)씨는 “보조금이 없어져 값이 많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며칠 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옥션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요금제 자유, 가입비 면제’ 구호를 내건 ‘1000원폰’으로 여전히 가입자를 모으고 있었다.

보조금 규제가 없어졌지만 이통업계는 새로운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KTF 관계자는 “의무약정 제도를 도입하는 약관 개정 문제를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중에 새로운 제도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 서비스에 힘을 모으는 이 회사 입장에선 기존 마케팅비로 18~24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가입자를 유지하는 약정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SK텔레콤도 보조금을 주는 대신 12개월 안팎의 의무사용 기간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텔레콤은 이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유원 LG텔레콤 상무는 “의무약정제는 자금력 있는 업체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약정기간 중에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분실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규제가 사라지면서 지역이나 연령층에 따라 보조금 편차가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정보검색에 능한 사람일수록 유리한 조건으로 새 단말기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가 성가신 사람들은 한두 달 정도 관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약정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다음 달에는 장기고객 선점을 위한 통신업체 간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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