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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대통령 권한대행 高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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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고건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긴급 외교.안보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며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연합]

고건 국무총리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12일 낮 12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보선 국방부 차관을 찾았다. 高총리는 전화로 안보 및 치안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1시20분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불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대인신인도가 흔들임이 없도록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어 10분 뒤에는 경제.외교.안보 관련 장관 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오후 3시30분에는 국무회의 부의장 자격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高총리가 사실상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高총리는 이날 오후 5시15분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의 권한과 임무를 승계받았다. 권한대행으로서 첫 업무는 외교 및 남북 관련 현안 챙기기였다.

高권한대행은 오후 6시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총리 집무실로 불렀다. 高대행은 潘장관에게 "기존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정부 방침이 해외에 제대로 전파됐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또 鄭장관에게는 "남북관계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高대행은 국민들이 불안해 할 가능성이 큰 외교안보 분야부터 점검에 나선 것이다.

직후 高대행은 면담을 요청했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 高대행은 "헌정의 비정상 운영을 초래한 탄핵소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임시 국무회의 때 국무위원들의 모든 의견을 崔대표에게 전달하면서 "국정 현안을 일체의 동요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崔대표는 "국정운영에 한나라당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고 김덕봉 총리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처럼 高대행은 국정 공백 및 사회 혼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불식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高대행은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과 임무를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高대행이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임무와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시대리인 만큼 '정책의 전환' 및 '국무위원급에 대한 인사발령' 등과 같은 직무는 대행할 수 없다는 게 헌법학계의 정설(定說)이다.

高대행은 청와대 비서실의 보좌를 받게 된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高대행의 비서실장을 맡게 되고, 청와대 비서설의 각종 보고를 받는 등 국정의 '종합사령탑'이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실로 옮겨진다. 그럼에도 高대행은 극도의 절제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하고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高대행의 행정철학이 그대로 투영돼 '관리형 내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은 탄핵을 관철한 뒤 헌정 중단 등 국정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무총리실 안팎에선 이런 저런 우려들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현안들이 워낙 많아 高권한대행이 독자적 결정을 늦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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