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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約인가空約인가>총결산-정부가 못한일 저마다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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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56명이나 되는 광역단체장후보들.이들은 모두 「도깨비 방망이」를 한자루씩은 들고 있어야 한다.여러해 동안 정부가 약속만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각종 「개발과 건설」을 후보들은 저마다 『단번에 해내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도깨비 방망이의 신통력.「보장된 임기 3년」과 「민선(民選)」이라는 무기가얼마나 효험을 나타낼지 자못 궁금하다.
▲교통=광역단체장들은 상당수 「국가기간망」을 자기들이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중앙정부가 여러번 발표해 이미 식상할대로 식상해 있는 「고속도로.고속철도.공항.항만」건설을 자기만이 앞당길 수 있다고 주민에게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면서 광역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인「시도.지방도」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는 후보가 대부분이다.
사업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경전철」등을 민자(民資)로 건설하겠다는 공약,도심에 있는 이점(利點)은 조금도 생각해 보지않고무조건 「철도역.버스터미널」을 외곽으로 옮기겠다는 공약,간선교통수단으로서의 고속철도의 기능은 생각해보지도 않 고 「중간역」을 마음대로 신설하겠다는 공약,모두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이라 할 수 있다.
▲개발=후보들은「살기좋은 지방=많은 개발」이라는 등식을 믿고저마다 경쟁적으로 개발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부동산투기로 모든 게 해결되던 고도성장기의 개발마인드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부동산실명제에 따른 부동산가격 안정,개발일 변도에 대한 주민의 반발,높아진 환경인식 등 달라진 여건을 반영한 공약이 안보이는 게 아쉽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12만가구.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른데도 후보들은「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주택을 많이 건설하겠다」는 일률적인 공약을 하고 있다.
▲재원=후보들은「돈」은 가져다 쓰면 된다는 식이다.재원조달이어렵다 싶으면 모두 중앙정부에서 받아 내겠다는 후보가 대부분이다.지방채를 발행하겠다는 후보도 많지만 그럴 수 있을 만큼 재정이 건실한 광역단체는 별로 없다.국내외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제안은 수익성이 훨씬 양호한 중앙정부의 민자유치도 그렇게 쉽지않는데 지방사업일 경우 가능성은 더 떨어질게 뻔해 크게 믿을 만한 대책은 아니다.비용과 편익을 따져 개발우선순위를 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환경.물=최근 환경문제가 국내외 관심사로 대두된 것을 반영하듯 후보들의 공약에는「불필요하게 과다하거나 지키기 극히 어려운 공약」이 많다.북한산국립공원 관리권환수,낙동강수계보호특별법제정,굴업도 핵폐기장 재검토,개발제한구역 피해보 상,산림법 적용배제 등 중앙정부의 승인 또는 법개정이 필요한 공약이 깊은 검토없이「표」때문에 제시된 경우가 많다.

<음성직,신혜경,김창호,강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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